국세청이 지난 2009~2010년 동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계열사와 현재현 회장 등의 7000억원 가까운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도 이를 덮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31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동양 세무조사 조사진행’ 문건을 입수, 서울청이 당시 특별 세무조사로 동양그룹 6개 계열사의 해외자회사를 이용한 비자금조성, 계열사에 대한 부당 우회지원 등의 방식으로 동양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잡고도 검찰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문제제기했다.
박 의원 설명에 따르면, 서울청은 2009년 2월부터 동양 6개 계열사에 대해 정기 세무조사를 벌여 △해외자회사를 이용한 은닉자금 2334억원 조성 △업무 무관 가지급금 및 인정이자 468억원 △ABS임차료 부당행위계산부인 313억원 △미국계 펀드인 (주)PK2의 이자비용 과다 유출 236억원 등의 혐의를 파악했다.
이어 서울청 조사4국은 2009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특별 세무조사를 통해 △해외투자와 해외투자회사 현황 및 손실규모 3900억원 △주식스왑거래 등을 통한 비자금 조성·사용 25억원 △PK2가 참여한 팬지아펀드(PK2, 팬지아데카, PK1으로 구성) 차입이자 과대계상 혐의 등 2210억원 △현재현 회장 허위 기부금영수증에 의한 부당공제 혐의 등 60억원 등의 구체적 혐의를 파악한 것으로 문건에 적시돼 있다. 총6936억원에 달하는 비자금 규모다.
그러나 당시 서울청은 이 사건을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하고 검찰에 고발키 위해 열었어야 할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에 이 안건을 올리지 않았고, 검찰고발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국세청 직원은 2011년 3월에 검찰과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에 당시 국세청 고위관계자가 동양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위장계열사에 대한 그룹의 부당지원에 대한 부당행위를 적발하고도 추징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은 진정서에서 “조사반장으로부터 당초 조사1국에서 동양캐피탈 세무조사 시 이 건을 적출했지만 국장의 지시로 과세하지 못했다는 말과 혹시 과세되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라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조사에 지속적으로 부당한 압력이 행사됐으며, 이 때문에 추징금도 제대로 부과되지 않았고 검찰고발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것이 박 의원의 지적이다. 또한 박 의원은 진정서에 등장하는 국세청 고위관계자를 최근 CJ그룹 뇌물수수 의혹으로 사임한 송광조 전 서울청장으로 지목하고 있다.
서울청은 박 의원 측에 “(세무조사) 당시 합당한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지난 25일 동양사건과 관련해 서울청 조사4국을 압수수색하고 동양 세무조사 자료를 압수한 바 있다.
박 의원은 “합당한 조치를 취했고, 세무조사 무마 외압 관련한 당사자의 소명이 있었다는 국세청의 해명을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세청이 국민들에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동양 계열사가 발행한 1조5000억원대의 CP(기업 어음) 사기로 여기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등 5만여 명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국세청이 만일 당시 제대로 했다면 5만여 명의 국민들이 길바닥에 나앉는 사태가 발생했겠느냐”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