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아나운서의 파경설’…TV조선, 합의보다 사과가 먼저다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3-11-0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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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KBS 황수경 아나운서(사진 = 뉴시스)

연예계에는 증권가 정보지로 통용되는 일명 ‘찌라시’가 존재한다. 유명 연예종사자들은 A, B가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그 내용은 왜곡, 변질돼 2차, 3차 피해를 양산한다. 사실 찌라시에 담긴 내용의 참과 거짓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은 그 자체로 관심의 대상이다. 몰랐던 사실에 대한 궁금증은 찌라시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속담은 찌라시에 신빙성을 불어넣어준다.

지난 9월6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연예해부, 여기자 삼총사가 간다’에서는 한 유명 아나운서의 불륜설이 보도됐다. 짧은 분량의 이 방송은 당사자에게 큰 상처가 됐다. 해당 루머의 당사자였던 KBS 황수경 아나운서 부부는 파경설을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한 TV조선 보도 본부장, 조정린 등 출연진, 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와 손해보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액은 5억원이다.

당사자의 법적대응에도 불구, TV조선의 대응은 방송매체의 파급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었다. TV조선 측 변호인은 지난 10월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전개된 1차 공판에서 “뉴스가 아닌 연예계 가십을 다루고 수다를 떠는 프로그램”, “찌라시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독자가 얼마나 되겠나”라고 해명했다.

TV조선의 가장 큰 오류는 시청자가 방송 내용을 사실로 믿지 않을 것이란 가정이다. 그들 말처럼 황수경 아나운서 부부의 파경설은 찌라시에 불과했다. 진위여부를 떠나 그저 연예계에 떠도는 수많은 루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수많은 사례에서 보여지듯이 방송은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한다. 모든 방송은 사실을 근거로 한다는 전제 하에 공신력을 가진다. 시청자가 방송 내용을 접하고, 사실무근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유명 아나운서의 이혼설을 보도한 TV조선 조정린 기자(사진 = TV조선)

이런 점에서 볼 때 황수경 부부의 고소는 정당하다. 근거 불분명의 루머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TV조선의 보도로 찌라시일 뿐이었던 정보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해당 방송에서 조정린, 백은영, 이루라 기자는 “이혼 위기에 처한 유명 아나운서의 이야기다”, “상황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간 듯 하다”, “이혼의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는 듯 하지만 아내의 외도가 사실화되면서 이혼의 결정적 사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등의 발언을 했다. 대화 말미에는 “근데 이 아나운서 누구죠?”라는 질문과 함께 ‘삐’ 처리된 실명이 전파를 타는 자극적인 과정도 있었다.

TV조선 측은 “원만한 합의를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황수경 부부에 대한 정중하고 공식적인 사과이다. 안재욱은 지난 2005년 속칭 ‘연예계 X파일’ 사건이 불거졌을 때 “근거 없는 루머에 고통 받아야 했던 우리가 왜 이제는 해명을 해야 하는가”라고 호소했다.

유명인에 대한 루머, 찌라시는 앞으로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고, 당사자들은 심각한 고통에 직면할 것이다. 더 이상 ‘방송의 힘’을 망각한 무책임한 모습으로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켜서는 안 된다. 단순히 “가십에 불과했다”고 해명하기에는 방송사로서 TV조선의 책임이 막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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