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민주당식 계몽 민주주의-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입력 2013-11-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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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언급하며 책임자를 엄중 처벌할 것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이 언급이 있은 후 민주당의 반응은 한마디로 “대통령이 동문서답했다”는 것이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과 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고용노동부의 선거개입이 모두 과거 일인가”라고 반문한 뒤 “법과 원칙을 이야기하면서 검찰총장, 수사팀장 찍어내며 수사 방해한 것은 누구인가”라고 박 대통령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러한 스탠스가 과연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SNS 문제로 번지고. 야당들이 계속해서 이를 고리 삼아 대통령을 흔드는데도 박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은 약간 빠졌다고는 하나 역대 대통령의 1년차 3분기 지지율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의 정당 선호도는 여전히 25%대를 밑돌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당 혹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미만일 경우는 제 역할이나 구실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지금 민주당은 정당의 역할 수행이 힘들 정도로 지지율이 빠져 있는 상태라는 말이다. 이러한 여론 추이는 결국 민주당의 주장이 일반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10·30 재보선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주목을 받았던 지역인 화성 갑의 경우 새누리당 서청원 전 대표와 민주당 오일용 후보와의 격차가 무려 33.5%나 벌어졌다. 이 수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이 지역에 나선 새누리당 고회선 후보와 오일용 후보와의 격차는 5%였는데, 당시 오 후보의 득표율은 36.8%였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오 후보는 29.2%를 얻는 데 그쳤다. 이 차이는 당시와는 다른 새누리당 후보가 나왔다는 데서 기인할 수도 있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의 지역조직조차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즉,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과 국정원 대선개입 주장이 자당 조직에게조차도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민주당 내에서는 반성이 있을 법도 하다.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은 이런 반면교사도 먹히지 않는 모양이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하며 다시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를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국민들은 이제 좀 그만하자고 하는데 민주당은 ‘무소의 뿔’처럼 ‘직진’만 하고 있다. 그러면 국민들도 언젠가는 자신들의 참뜻을 알고 돌아올 것 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우리 국민들은 ‘계몽의 대상’이 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민주당이 이런 생각을 한다면 이는 정말 주관적 희망에 불과하다. 그래서 지금 민주당은 하루 빨리 ‘계몽민주주의’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이 사소한 문제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는 민주당의 주장처럼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도 책임자 엄중 처벌과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너무 나가고 있다는 데 있다. 문제 제기는 당연한데 그 접근 방식이 문제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지금도 서울 시청 앞에 천막당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시청 근처에 직장을 갖고 있는 이들 정도다. 그리고 도대체 대선 불복은 아니라면서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계속해서 박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니,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대통령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야당이 입장 표명하라고 해서 입장 표명하니 이제는 그 진정성과 책임성이 부족하다면서 악을 쓰고 나오니 필자가 대통령이라 해도 기가 막히고 짜증이 날 법하다.

자기 자신의 로드맵은 없는 것 같고 상대만 탓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며 도대체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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