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국감 무용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기업을 중심으로 “도대체 국감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시간 낭비다”라는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이번 국감에 증인으로 소환된 기업인은 총 201명이다. 증인을 비공개한 상임위원회까지 합치면 역대 최다인 256명에 이른다. 정무위원회에서만 63명의 증인을 채택했고,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 대상 국감에서는 기업인 19명이 무더기로 증인석에 앉기도 했다.
여론은 곧 바로 반응했다. ‘증인장사’니 ‘기업국감’이란 비판이 쏟아졌고, 급기야 기업인을 증인으로 부른 몇몇 상임위는 증인 신청의원을 공개할 수 없다고까지 했다.
재계는 이번 국감의 가장 큰 문제로 증인으로 소환된 후 죄인 취급을 받거나 제대로 답변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2~3시간 넘게 기다리다가 간단히 “예” 한마디만 하고 의원들의 호통만 들은 채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지난 18일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감에 증인으로 불려나온 대부업계 대표 5명은 국감장에 도착한 지 6시간 만에 첫 질문을 들을 수 있었다. 6~7분가량이 할애된 질의 시간은 해당 의원이 다 써버렸고 증인들은 간단한 답변만 하고 국감장을 떠났다.
증인채택을 빌미로 뒷거래를 시도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국감이 시작된 후에도 여야가 최종 증인 명단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국회 안에서는 증인채택과 후원금을 맞바꿨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심지어는 국감 중에 출판기념회를 열어 기업들이 수천권의 책을 사줬다는 말도 나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가를 위해 미리 ‘군기’를 잡으려고 기업인을 증인으로 부른다는 시각이 팽배할 수밖에 없는 사례”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대놓고 쓴소리를 하는 분위기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경총포럼 인사말에서 “기업인들이 소명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일방적 공세에 시달리다 국감장을 떠나는 현상이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제 활성화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법안 100여개가 정쟁에 발목을 잡혀 있다”면서 정치권을 겨냥했다.
국감무용론은 국회 내부에서도 나왔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감 시작 전에 우려했던 무분별한 증인채택의 부작용이 일부 국감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벌써부터 ‘통제불능 국감’, ‘수박 겉핥기식 국감’이란 비판 속에 국감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 원내대표는 기업인 증인 채택과 관련해 “의혹만 갖고 민간인에게 호통치고 사실 관계 확인없이 무책임하게 폭로를 하는가 하면 직접 연관도 없는 기업인을 불러 마치 들러리 세우는 낯 뜨거운 장면이 일부 연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