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토탈이 휘발유에 이어 내년 하반기 알뜰주유소용 경유 판매도 검토하고 있다. 알뜰주유소에 휘발유·경유를 모두 공급하게 되는 것이어서 향후 정유시장에서 삼성토탈의 영향력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토탈 손석원 사장은 지난달 31일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내년에 제2 파라자일렌(PX) 공장이 준공되는데 부산물로 경유를 생산할 수 있다”면서 “여기서 생산된 경유를 알뜰주유소에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 가서도 이런 부분을 이야기할 예정”이라며 “(정유업계가) 시장을 내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다. 경쟁해야 기름값이 내려간다”고 강조했다.
손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휘발유, 경유를 본격적으로 판매해 정유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토탈은 알뜰주유소에 휘발유만 공급하고 있다. 연산 70만톤 규모의 기존 PX설비에서는 부산물로 휘발유 반제품 밖에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토탈이 1조6600억원을 투자해 내년 하반기 준공하는 연산 100만톤 규모의 제2 PX설비에서는 경유 생산이 가능하다. 삼성토탈이 지난해 7월 알뜰주유소에 휘발유를 공급한 것처럼 경유 역시 알뜰주유소에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보통 부산물로 나오는 석유제품들은 원유정제로 생산되는 정유사 제품보다 저렴하다.
정부도 긍정적인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엔 정부 관계자들이 직접 충남 대산 삼성토탈 제2 PX공장 부지를 다녀오기도 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삼성토탈이 경유를 저렴하게 공급한다면 알뜰주유소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향후 조건을 따져봐야겠지만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삼성토탈이 경유를 본격 생산, 알뜰주유소에 공급하게 되면 향후 정유시장에서의 영향력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1~9월 누적 알뜰주유소의 삼성토탈 휘발유 점유율은 37.1%다. 이 기간 정유사들의 점유율은 60.7%이지만 공급 정유사가 3곳임을 감안하면 삼성토탈의 비중은 높은 편이다. 여기에 경유까지 추가 공급하게 되면 정유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삼성토탈이 내년에 경유를 추가 공급한다면 또 한 번의 특혜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삼성토탈은 입찰과정 없이 알뜰주유소 110곳에 대한 휘발유 독점공급 권리를 얻었다며 논란이 인 바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삼성토탈과 석유공사의 수의계약 특혜 논란이 제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아직 알뜰주유소에 경유를 판매할 지에 대해선 정부 협의 등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이를 제5정유사 등 정유사업 진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