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재출석해 불공정행위를 시인한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사장이 ‘비상 경영’을 선포했다. 영업사원의 막말 파문과 ‘쪼개기’ 등의 불공정 행위로 ‘갑(甲)의 횡포’ 논란에 휩싸이면서 내부 기강 세우기에 나선 것이다.
손영철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기본으로 돌아가자”며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경영방침과 제도에 변함이 없는 사실상 내부 기강 세우는 차원의 비상 경영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경영 방침 및 제도 등의 변화는 없다”며 “내부 기강을 세우기 위한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현재 회사가 처한 어려움에 대해 언급하고, 직원들에게 대리점, 협력업체 등과의 관계에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기본으로 돌아가 그 동안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세부적인 부분을 잘 살펴 각자 맡은 업무에 더욱 만전을 기할 것을 재차 주문했다.
손 사장은 특히 아침 출근시간에 직원들에게 협력사 상대시 주의점 등이 담긴 홍보 전단을 만들어 나눠주기도 했다.
이 같은 손 사장의 ‘내부 단속’은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갑의 횡포’ 논란에 휘말려 회사 이미지가 실추됐기 때문이다. 물량을 대량으로 강매하는 ‘밀어내기’ 의혹에 이어 본사가 대리점 운영권을 강탈하는 쪼개기 논란, 욕설과 폭언이 담긴 녹취록 유포 등이 잇따랐다.
실적 전망도 어둡게 나왔다. 증권업계에서는 회사 이미지 실추에 따라 3분기 아모레퍼시픽 방문판매(방판) 실적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최근까지 손 사장은 국정감사에 불려나가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달 15일에 출석했을 당시 손 사장은 “사실 관계에 대한 오인이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었다. 국회는 손 사장의 답변이 미진하다고 판단, 기업 총수인 서경배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추가 채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손 사장을 다시 부르는 것으로 의결해 결국 손 사장이 1일 재출석하게 됐다. 이날 손 사장은 “현장에 나가 상황을 살펴보니 알고 있던 것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며 그 동안 부인해 온 불공정행위를 일부 시인했다. 약 보름만에 증언을 번복한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고, 이에 따른 실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기본으로 돌아가는 등의 비상경영 선포는 손 사장이 내놓은 나름의 자구책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대리점주들과 상생협의체 구성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으며, 서경배 회장이 서명한 운영 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