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빚 많은 대기업 ‘그물망 관리’ 강화…제2 동양사태 막는다

입력 2013-11-0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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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주채무계열 선정기준 확대…부실우려 땐 관리대상에 선정·사전 대응

앞으로 빚 많은 대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감시가 한층 강화된다. 주채무계열 편입 기업을 늘리는 한편 ‘관리대상계열’ 제도를 신설해 부실 우려가 높은 기업의 자금 흐름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이 확대되면 편입 기업은 올해 기준 30개에서 43개 안팎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시장성 차입금이 많아 주채무계열이 아닌 대기업집단은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금 규모를 공시토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기업 부실 사전방지 제도 개선안’을 5일 발표했다. 금융위가 제도 개선에 나선 이유는 경기회복 지연이 본격화되면서 대기업의 추가 부실 우려가 제기된 탓도 있지만 제도 사각지대에서 은행의 감시를 벗어나 소비자 피해를 키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 주채무계열 편입 기업 확대 = 우선 은행의 관리를 받는 주채무계열 편입 대상 기업을 지금보다 확대한다. 금융위는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을 현행 ‘금융권 총 신용공여액의 0.1% 이상(1조6152억원)’에서 ‘금융권 총신용공여액의 0.075% 이상(1조2114억원)’으로 하향 조정키로 했다.

주채무계열 기업이라도 적기에 약정체결 대상에 포함돼야 사전 관리의 효과가 있는 만큼 재무구조 평가 방식도 개선한다. 부채비율 구간을 현행보다 세분화해 평가의 정밀성을 높인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 200~300% 구간은 현행 2개에서 4개 구간으로, 300~400% 구간은 현행 1개에서 2개 구간으로 세분화된다.

취약기업을 적기에 선별하기 위해 매출액영업이익률 및 이자보상배율을 기존 ‘3개년 단순 평균 비율’에서 ‘최근 사업연도 실적에 가중하는 평균 비율(5:3:2)’로 적용키로 했다.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도 계량화해 실무에 적극 반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비재무적 요소 평가항목은 △지배구조 위험 △산업·재무항목 특수성 △영업 추이 및 전망 △해외·금융계열사 상황 △우발채무 위험 △재무적 융통성 △기타 등 7개다.

◇‘관리대상계열’ 도입, 부실 가능성 큰 기업 선제 관리 = 주채무계열 중 약정체결 대상은 아니지만 부실 우려가 높은 그룹은 ‘관리대상계열’로 선정해 미리 관리한다.

편입 대상은 부채 구간별로 정해진 기준점수는 충족하지만 110%를 넘지 못하는 그룹이다. 김용범 금융정책국장은 “올해 주채무계열 그룹 가운데 관리대상계열을 지정한다면 3개 그룹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대상 기업은 주채권은행과 정보제공 약정을 체결해 신규사업 진출, 해외투자 등 중요한 영업활동에 협의해야 하며 만일 약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단계별 제재를 받는다.

해당 기업 정보는 채권은행 간 신사협정을 통해 공유된다. 채권단 간 의견 차이로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치는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주채권은행과 채권은행은 독자여신 회수 자제, 기존 여신 대환 시 상호 협의 등 관리대상계열 관리에 협력한다.

관리대상계열은 수시 재무구조 평가(8~9월)를 반드시 받아야 하며 필요 시 재무구조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만일 3년 연속 관리대상계열에 해당하면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한다.

◇ 약정 이행의무 강화…경영진 교체 등 현실적 제재 = 부실기업의 약정 이행의무도 한층 강화된다. 약속한 이행 계획을 시행하지 않으면 주채권은행은 해당 기업에 경영진 교체 권고 및 금리인상 등 현실적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신속한 기업 정상화를 통해 해당 기업, 은행권, 금융소비자 등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약정체결 기업이 약정을 미이행하더라도 주채권은행이 만기 도래 여신 회수, 신규 여신 중지 등과 같은 제재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 이런 조치가 기업 유동성 악화를 초래해 오히려 양측 모두에게 안 좋을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구계획 이행률도 지금보다 높일 방침이다. 현재 주채권은행은 예외규정을 적용해 기업과 체결한 약정을 변경하는 등 약정 미이행에 관대하다. 이럴 경우 기업 정상화 지연은 물론 은행 건전성 악화 및 투자자 피해 확산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

금융위는 불가피한 사정을 이유로 자구계획 이행률이 낮아지는 점을 감안, 목표 대비 자구계획을 높은 수준으로 마련토록 해 이행률을 제고할 방침이다.

약정 체결 자체를 거부하는 행위도 제한키로 했다. 약정 체결 거부 시 이를 공시해 간접적으로 체결을 강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약정 체결 거부 사실을 주기업체가 수시 공시하거나 계열 기업의 회사채 발행공시에 ‘핵심투자 위험 알림문’을 포함시켜 약정 체결 거부로 인해 은행권 차입이 어렵다는 내용이 포함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한편 부실기업 이미지를 우려해 약정 체결을 미루는 기업이 많은 만큼 구조조정(자율협약·워크아웃 등) 중인 그룹은 원칙적으로 약정 체결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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