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모노극 ‘오스카’ 김혜자 “모든 세대가 겪는 인생경험 담겨”

입력 2013-11-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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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간의 삶 남은 소년과 간호사 할머니와의 우정

▲배우 김혜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연습실에서 열린 연극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 공개 시연회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노시훈 기자)

“세상은 이상해. 난 얘가 파르스름해서 더 예쁜데.”

배우 김혜자가 지난달 30일 순진무구한 눈망울로 파란 풍선을 들고 서울 서초동의 한 지하 연습실을 휘저었다. 김혜자는 이날 연극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이하 오스카)’의 공개 시연회에서 병약하지만 사랑에 빠진 백혈병 소년의 다채로운 감정을 온몸 가득 담아냈다. 김혜자는 사춘기 감성을 두 눈으로 생생하게 표출하는가 하면, 부모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CD플레이어를 선물받은 소년의 마음을 퉁명스럽게 토해냈다.

김혜자는 이 작품을 선택한 계기에 대해 “작품이 우리 인생과 비슷해 마음에 쏙 들었다. 프랑스 원작 소설의 작가 에릭 엠마누엘 슈미트가 아이의 죽음을 놓고 이야기한 것이지만, 10대부터 여러 세대까지 겪을 수 있는 인생 경험이 담겨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모노드라마 ‘오스카’를 통해 6년 만에 연극무대에 서는 김혜자는 이날 연신 물을 마시며 관객 앞에 서는 여전한 떨림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연극 무대를 잘 모르고 섰다고 토로한 김혜자는 “작품이 좋아서 한다고 하긴 했는데 점점 절망스러웠다. 모노극이라 혼자 대본을 다 외워야 하니 ‘이걸 언제 머릿속에 다 넣나’ 싶어 막막했다”고 말했다.

김혜자는 원작에 대한 호감뿐 아니라 연출자에 대한 믿음으로 작품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혜자는 “러시아에서 안톤 체호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연출가 함영준에 관해 두말 없이 신뢰가 갔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연극영화과에 새로 다니는 것 같더라”는 의외의 고백을 늘어놨다.

2005년 김동수 컴퍼니에 의해 한 차례 공연된 바 있는 ‘오스카’는 원작 의도에 충실한 모노극으로 변모돼 김혜자 혼자 1인 10여 역을 소화할 예정이다. 12일간의 생이 남은 소년 오스카와 그를 돌보는 간호사 장미 할머니의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그렸다.

김혜자는 “국내 초연 당시 제목이 ‘오스카와 장미할머니’였지만, 개인적으로 원작 소설의 제목을 따라 ‘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꼭 넣길 원했다. 우리는 살면서 신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지 않나. 개인적으로 아프리카에서 병들고 배고파 죽어가는 수많은 아이들을 보며 그랬다”며 제목에 얽힌 일화를 공개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힘을 쏟아온 김혜자의 사랑 나눔은 익히 알려진 사실로, 그녀를 더욱 가치 있고 아름다운 배우로 자리매김시켰다. 김혜자는 “이 연극은 제게 많은 이야기를 한다. 난 배우니까, 순전히 내가 느낀 감동을 연기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전할 수 있지 않겠나. 기회에 매우 감사한다”고 말했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김혜자의 연기자로서의 성공 비결로 천부적 재능은 물론 후천적 성실함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김혜자는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의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애썼다. 15분의 힘겨운 첫 연습으로 시작해 하루 6시간 연습에 임한 김혜자는 “나이가 들수록 집중도 안 되고 산만해지더라. 연출가 함영준과의 연습은 시어머니를 만난 기분이다. 오히려 그런 면에서 몹시 감사해 ‘난 운이 좋은 배우구나’ 싶다”고 힘들었던 연습과정을 전했다.

김혜자에 의해 생명력을 얻은 ‘오스카’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관객들은 벌써부터 기대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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