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게임산업]달러박스, 게임산업을 춤추게 하라

입력 2013-11-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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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3조 수출효자 ‘게임한류’…매년 성장하다 작년 온라인게임 ‘주춤’

‘근조 대한민국 게임산업’.

전 세계 200개 가까운 나라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게임강국, 코리아 게임산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게임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 엔진이라고 평가한 지 불과 1년도 채 안 돼 정부와 정치권은 게임산업을 마약류와 도박 같은 중독물로 규정, 게임산업계의 숨통을 끊을 태세다.

K팝을 필두로 한 한류 음악 수출액보다 7배나 많은 연간 3조원가량의 달러를 벌어들이는 게임산업계가 이제 거센 핍박 속에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게임산업계가 부글부글 끓다 못해 드디어 폭발하기 시작했다.

‘손인춘 법’에 이어 게임을 도박, 마약, 알코올과 함께 4대 중독물로 규정하려는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게임산업계가 들고 일어났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는 홈페이지에 ‘근조 대한민국 게임산업’이라는 배너를 달고 반대 서명 운동을 펼쳤고 분노한 겜심과 네티즌이 들고 일어나 반대 서명한 사람이 20만명을 돌파했다.

넥슨,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CJ E&M 넷마블 등 90여개 게임 업체들도 ‘중독법 반대’ 배너를 각사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일각에서는 14~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지스타(G-STAR) 2013’을 ‘게임 장려’가 아닌 ‘게임을 장례’하는 행사라며 상복을 입고 참여하자는 제안이 속출하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은 10조원대로 성장, 올해 상반기 전체 콘텐츠 수출의 57.2%를 달성하며 달러를 벌어들이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정부는 ‘서자(庶子)’ 취급을 하며 아예 손발을 묶을 태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집계한 올해 상반기 게임 수출액은 1조5011억원으로, 전체 콘텐츠 수출액 2조5923억원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K팝 한류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음악(2143억원)산업보다 7배 많은 액수다.

지난해 보아와 소녀시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에프엑스, 엑소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가 수출로 1036억원을 벌었다.

지난 5월 일본에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출시된 모바일 게임 ‘포코팡’의 월매출은 2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에 출시된 후 포코팡은 400만 다운로드를 기록, 하루 매출이 무려 1억원에 이른다.

엄청난 투자로 공들여 만들어낸 ‘아이돌’이 벌어들이는 외화, 지방의 작은 게임 개발사 직원 8명이 벌어들이는 외화 액수를 비교해 보면, 왜 게임산업을 춤추게 해야 하는지는 극명해진다. 온라인 게임이 벌어들이는 달러 수출 규모는 엄청나다.

게임산업은 2008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성장했고 2015년에는 1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자랑스러운 성적표를 받았지만 여전히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성장세 기준으로 꼽는 2008년, 정부의 지원 덕에 한국은 온라인 게임 종주국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었고 게임산업은 10만 명이 넘는 인력을 고용하는 산업으로 급성장했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과 함께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콘텐츠산업 육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 6월에는 5대 킬러 콘텐츠를 발표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게임 규제 관련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는 등 박근혜 정부 정책과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편에서는 육성을, 다른 한쪽에서는 강도 높은 규제를 주창하는 형국이다.

심지어 인터넷게임을 도박, 마약, 알코올과 함께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4대 중독에 포함시키는 법안이 발의됐다.

규제 속에 게임산업은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민주당 유기홍 의원에 따르면 게임물등급위원회에 접수된 국산 게임 등급분류 건수가 2011년까지 연 2000건 수준이었는데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시행된 지난해 1438건으로 급감(38%)했다. 또 올해 10월까지 국산 게임 등급분류 건수는 632건에 불과했다.

올해 2분기 게임 매출도 2조42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에 그쳤다. 게임 수출 역시 전체 콘텐츠산업에서 57.2%를 차지하지만 7532억원으로 193억원(2.6%)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도 전년 대비 성장세가 주춤했다. 온라인 게임은 2012년 6조7839억원 매출을 달성하며 전체 게임시장의 69.6%를 차지했다. 비중은 컸지만 전년 대비 성장률은 8.8%에 그쳤다. 2011년 30.8% 성장한 것에 비하면 성장세가 주저앉은 것이나 다름없다. 수출도 26억3891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지만 전년도 48.1%의 성장률에는 크게 못 미친다.

반면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지난해 20.9%의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12.2%)과 우리나라(6.3%)의 세계 게임 시장점유율 차는 5.9%포인트로 벌어졌으며, 이 차이는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K-IDEA 김성곤 국장은 “중국의 경우 정부의 든든한 지원 아래 온라인 게임 시장이 급성장, 이미 2009년부터 한국의 매출을 앞지른 상태”라며 “정부가 한국의 문화 콘텐츠 파워를 아직 모르고 있어 중독에 포함시키려고 하기에 업계와 정부 사이에 온도 차이가 너무 큰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게임산업은 1~2년 안에 무너진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어 “게임을 저급한 콘텐츠로 여겨 이런 콘텐츠가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이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면서 “게임산업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한편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개선하되,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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