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습니다. 작년과 엇비슷하거나 조금 어려웠다죠. 수능이 과거 대학별 본고사보다는 쉬워졌다지만 여전히 난이도 조절은 어렵나 봅니다.
그런데 자동차반에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험이 있습니다. 바로 연비고사죠. 1ℓ의 연료를 가지고 누가 멀리 가는지 겨루는 시험인데요, 이게 만만치가 않습니다. 자동차반의 내로라하는 학생들의 연비 개선 노력이 치열하기 때문이죠.
◇가솔린 영역, 기아차 모닝이 1등… 국내반 독식 = 우선 가솔린 영역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등은 17.0km/ℓ의 연비를 갖춘 기아자동차의 ‘모닝 1.0ℓ 수동5단’이 차지했습니다.
모닝은 “공차 중량이 885~890kg으로 가솔린 승용차 중 가장 가벼운 것이 1등을 차지한 비결”이라고 밝혔네요. 역시 국내 베스트셀링카 답습니다. 수상 소감이 ‘학교수업 위주로 국영수를 열심히 공부했다’는 모범생들의 답변과 비슷하네요. 모닝의 올 상반기 국내 판매량은 4만6809대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렸습니다.
참고로 이번 연비고사의 채점은 에너지관리공단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이 등록된 ‘자동차 표시연비’를 통해 했으니 공정성은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연비 16.8km/ℓ의 한국지엠 ‘스파크 1.0ℓ 수동5단’은 모닝에 이어 2등에 올랐습니다. 이어서 현대자동차의 ‘엑센트 카파 1.4ℓ(15.0km/ℓ)’, 르노삼성자동차의 ‘뉴 SM3 1.6ℓ(15.0km/ℓ)’, 기아차의 프라이드 ‘1.6ℓ GDI(14.7km/ℓ)’ 등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가솔린 영역의 분포 특징은 국내차반이 1등부터 20등까지 모두 차지했다는 겁니다. 국내반의 연비개선 노력과 수입반의 가솔린 경차가 비싼 전형료(?) 때문에 국내에 응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네요.
디젤 영역에서는 프랑스 학생들의 성적이 두드러졌습니다. 푸조는 208을 비롯, ‘508 1.6ℓ e-HDi(18.4km/ℓ)’ 등 6개 모델이, 시트로엥은 2위를 차지한 ‘DS3 1.4ℓ e-HDi(20.2km/ℓ)’ 등 모두 3개 모델이 20등 안에 들었습니다. 개성적 외관과 함께 연비 등 실용성을 중시하는 프랑스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네요.
현대차가 수입차반을 잡겠다며 8월 출시한 ‘아반떼 1.6ℓ 디젤 수동6단’은 연비 18.5km/ℓ로 13위에 올라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현대차가 언젠가 디젤 부문에서 1등에 오를 날도 오겠죠.
◇하이브리드는 일본이 대세 = 하이브리드는 역시 일본이었습니다. 토요타의 ‘프리우스’는 연비 21.0km/ℓ로 하이브리드 부문 1등에 올랐습니다. 이어 혼다의 ‘시빅 하이브리드(18.9km/ℓ)’, 토요타의 ‘렉서스 CT200h(18.1km/ℓ)’, 메르세데스 벤츠의 ‘E300 블르텍 하이브리드(17.2km/ℓ)’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국내차반에서는 기아차의 ‘K5 2.0ℓ 하이브리드(16.8km/ℓ)’와 현대차의 ‘쏘나타 2.0ℓ 하이브리드(16.8km/ℓ)’가 나란히 5위에 올라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전체 20등 중 50%를 일본 학생들이 가져가는 앞도적 우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네요. 현대차는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연말에 내놓는 등 하이브리드 관련 기술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 앞으로 성적을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