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라이벌 막전막후] 콘텐츠로 부활 ‘넷플릭스’… 시대에 뒤처진 ‘블록버스터’

입력 2013-11-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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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대여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사업 확장… 월트디즈니 독점 등 콘텐츠 개발 나서

넷플릭스가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업체를 넘어서 콘텐츠를 자체 생산하는 미디어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유통 전통 강호인 블록버스터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스트리밍업체 중에서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3분기 순이익이 32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 770만 달러에서 네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회사의 주가는 올 들어 3배 이상 올랐다.

넷플릭스는 1997년 마크 랜돌프와 리드 해스팅스에 의해 설립, 직원 30명으로 출발했다. 초기에는 인기작 위주로 대여해주는 블록버스터 등 비디오 대여점과 차별화하고자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인터넷으로 신청받아 우편을 통해 대여해주는 서비스에 나섰다.

1999년에는 한 달 단위로 구독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월정액제로 일정 구독료를 내면 사전에 정해진 수량의 DVD를 연체료 부담 없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원하는 DVD를 고르면 우편으로 배달되고 다 본 DVD를 봉투에 담아 우체통에 넣어 반납하는 방식은 고객으로부터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회사는 구독서비스 인기에 힘입어 2002년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2006년에는 고객의 취향에 맞춰 영화를 추천해주는‘시네매치(Cine match)’라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넷플릭스는 시련을 겪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DVD 대여 사업부가 위기를 맞은 것이다.

회사는 2011년 DVD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회사 퀵스터(Qwikster)와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부를 분리하고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위해 온라인 영화서비스 가격을 60% 인상했다. 이 같은 결정은 ‘최악의 결정’으로 꼽힐 만큼 엄청난 재앙을 불러왔다. 가격 인상을 발표한 이후 가입자가 대거 이탈하면서 300달러에 이르던 주가는 한때 60달러대까지 곤두박질쳤다.

회사는 위기 극복의 해법을 콘텐츠 개발에서 찾았다. 캐나다를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유럽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도 늦추지 않았다.

올 초 회사는 2016년부터 미국 내 월트디즈니의 영화 스트리밍을 독점 제공하기로 계약을 맺었으며 최근에는 마블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섰다.

넷플릭스는 앞으로 자체 콘텐츠 제작기간을 단축하고 단편 시리즈물을 비롯해 온라인 스트리밍용 영화를 제작해 콘텐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또한 고화질 해상도를 지원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넷플릭스 서비스 이용자는 전 세계에서 4000만 명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블록버스터, 비디오 유통에 안주 성장동력 못 찾아… 경영악화로 파산·매각 거쳐 직영점 폐쇄로

블록버스터 미디어는 한때 비디오와 게임 유통업계의 ‘총아’였으나 산업 발전에 적응하지 못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기업이다.

전성기인 2004년 블록버스터는 6만명의 직원과 9000여 개의 매장을 자랑하던 세계 최대 비디오 대여업체다. 그러나 전략적 실수와 경영 실패, 경쟁 격화 등으로 급격히 사세가 기울었다.

급기야 회사는 지난 2010년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2011년 4월 미국 위성방송 제공업체인 디시네트워크에 3억2000만 달러(약 3500억원)에 팔리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이후 경영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블록버스터는 디시네트워크에 인수된 지 3개월이 지난 2011년 7월 200개의 지점을 폐쇄하고 지난해 상반기 500여개, 올 들어서는 300개가 각각 문을 닫는 등 사업을 정리하는 단계로까지 치닫고 있다.

이미 DVD 배달사업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한 넷플릭스가 시장을 장악한 상태에서 모회사인 디시도 블록버스터의 부활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급기야 디시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에 있는 블록버스터 직영점 약 300개를 내년 1월까지 모두 폐쇄하는 한편 다음달 중순까지 DVD 우편배달 서비스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대리점과 해외 매장은 남겨놓는다고 했지만 사실상 넷플릭스에 백기를 든 셈이다.

사실 블록버스터의 전성기는 화려했다. 블록버스터 첫 매장은 지난 1985년 미국 텍사스주의 댈러스에서 문을 열었다. 설립자인 데이비드 쿡은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했던 경험을 살려 각 매장마다 인기 있는 작품이 무엇인지를 자료화해 이에 걸맞게 영화 비디오 등을 공급해 큰 성공을 거뒀다. 블록버스터는 1987년 닌텐도와의 법정분쟁에서 이겨 비디오게임을 대여할 수 있는 길을 열면서 크게 발전했다.

1990년대로 접어들며 에롤과 사운드웨어하우스 등 경쟁사를 인수하고 음악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미디어재벌 비아콤이 지난 1994년 84억 달러에 블록버스터를 인수했다는 사실은 당시 회사의 기업가치가 얼마나 컸는지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면서 과거의 성공에만 안주했던 블록버스터는 빠르게 몰락했다. 블록버스터는 2004년 비아콤으로부터 분사하고 DVD대여사업도 시작했지만 회사의 경영방식은 더 이상 시대 흐름과 맞지 않았다.

자판기 형식으로 단돈 1달러에 DVD를 대여할 수 있는 레드박스와 DVD 우편배달에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했던 넷플릭스가 등장한 것이다. 블록버스터의 몰락은 아무리 잘나가는 회사라도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면 반드시 몰락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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