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같이 오랜만에 근처 공원에 놀러 갔다. 아들과 딸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가까운 공원이라도 자동차로 가야 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물을 사기 위하여 편의점으로 가다가 아들이 이각지주목을 보고 나에게 질문한다. “아빠 저 나무는 왜 목발을 짚고 있어요?” 다른 지주목은 보고 질문을 안하면서 왜 단각지주목보고 저런 질문을 왜 하는 것이지 싶어 바라보니 유독 그 지주목이 꼭 목발을 짚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 나무는 저 자리에 심겨진지 얼마 안되어서 뿌리가 다른 나무들처럼 크지 않단다. 뿌리가 없으면 나무는 어떻게 될까?”“넘어져요.”“사람들이 힘들여서 나무를 심었는데 나무가 넘어지면 안되니까. 저렇게 지주목을 세워서 나무가 서 있을 수 있도록 도와준단다.”
지주목의 역할은 수목뿌리의 활착을 도와주기 위한 존재이다. 수목을 심고나서 뿌리분이 바람이나 다른 물리적인 요인에 의해 수목의 분이 흔들리게 되면 수목이 죽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지주목은 꼭 설치해야 한다. 이처럼 중요한 조경시설물이기도 하지만 지주목은 조경분야에서 거의 신경을 안 쓰는 분야다. 지주목 설계도면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고, 소재도 거의 나무로 고정이다. 그나마 요즘에는 알루미늄이나 PVC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자연이라는 소재인 나무옆에 인공적인 소재가 옆에 있으면 이질적이다 보니 많이 안 쓰이는 실정이다.
지주목의 형태도 거의 변동이 없다. 지주목은 나무의 크기에 따라서 형태가 바뀌는데, 수고가 2.5m 이하는 이각지주목, 그 이상은 삼발이형 지주목을 쓴다. 또 가로수같이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은 사각지주목을 쓰기도 한다. 그리고 근원직경이 20cm가 넘어가거나, 수고가 5m이상 되는 나무는 당김줄형 지주목이라고 와이어로프나 아연철선으로 된 것을 쓴다. 지주목의 설치기간 혹은 유효기간은 얼마라고 나온 책이나 이론은 없지만 한국조경학회에서 편찬한 조경설계기준에는 「3년이상 식재수목을 지지할 수 있을 정도의 내구성이 있어야함」 이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서 3년이라 할 수 있겠지만, 3년뒤에는 지주목을 없애야 할까라고 반문하면, 답하기가 곤란할 것 같다.
이같이 이식후 수목의 활착을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시공이 제대로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목을 지지해야 하는 지주목이 수목에 매달려 있거나, 지주목을 세우면서 수간을 너무 조여서 나무생장을 방해하거나, 방부목을 안써서 썩어 부러진 경우 등이 부지기수다.
지주목은 자체로는 쓰이지 않는 보조재료이지만, 조경공사에서 없으면 안되는 존재이다. 칼집, 안경다리처럼.
“나무가 서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뿌리인데, 저렇게 큰 나무도 뿌리가 크지 않으면 금방 넘어진단다. 그래서 지주목을 옆에 세워서 나무가 쓰러지지 않게 할려고 한다. 사람도 넘어지지 않으려면 뿌리가 커야 하는데, 사람에게 뿌리는 무엇일까?”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나 하며, 저만치 걸어가니 아들이 뛰어오며 대답한다. “아빠, 아빠가 내가 넘어지려고 할 때 잡아주니깐. 아빠가 뿌리에요.” “음. 그건 지주목을 말하는 것 같은데” 지주목이든 뿌리든 상관없다. 지금이 너무 행복하니깐.
<트리디비 유통사업부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