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공식 방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나라의 대북정책의 확실한 지지를 확보하고 경제적 협력 성과를 다졌다. 특히 미국, 중국에 이어 러시아까지 한반도 주변 3강 및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정상외교를 통한 대북기조 지지를 확보했다.
박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북핵 불용'과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 불인정'에 대해 러시아 측의 명확한 입장을 끌어냈으며,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관련한 진전된 합의를 이뤄냈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연방은 남북관계 정상화와 역내 안보 및 안정의 중요한 조건인 한반도 신뢰구축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고 언급했으며, 양측은 박 대통령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환영하고 협력을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은 러시아측의 북한 핵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도 끌어냈다. 이와 관련해 공동성명 제31조에 '양측은 국제사회의 요구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에 반하는 평양의 독자적인 핵미사일 능력 구축 노선을 용인할 수 없음을 확인하고,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따라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음을 강조했다'는 문구를 채택했다.
박 대통령은 또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러시아 안보회의 및 외교부가 정례대화를 갖기로 했다.
최근 우경화와 퇴행적 역사인식을 보이는 일본에 대해서도 러시아 측의 지지를 끌어냈다. 성명 33조에서 '약측은 최근 역사퇴행적인 언동으로 조성된 장애로 인해 동북아 지역의 강력한 협력 잠재력이 완전히 실현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공동의 우려를 표했다'라는 문구를 채택한 것이다. 비록 대상을 '일본'이라고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지난달 18일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확대하면서 우리의 교역무대를 넓힌다는 것이다. 북한과 전통적 특수관계인 러시아를 통해 북한의 개방 가속화를 유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이와 관련해 러시아 철도공사와 북한 나진항이 2008년 '라손콘트란스'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해 추진하는 러·북 합작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프로젝트는 러시아 극동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의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를 통해 복합 물류 운송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프로젝트에는 코레일과 포스코, 현대상선 등 3개사의 컨소시엄이 2100억원을 투자, 합작회사의 70%에 달하는 러시아 측 지분을 절반 정도 인수하면서 사업 운영에 참여한다. 우리 측은 내년 상반기 실사 후 그 결과에 따라 지분 참여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중장기적으로는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수출 화물이 나진항과 나진-하산 철도,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통해 유럽까지 운송되는 물류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양국은 교통관련 장관회의 정례화와 철도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철도협력 MOU 및 교통협력 MOU도 체결했다. 그동안 소강상태였던 한반도종단철도(TKR-TSR) 연계사업이 중장기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하고 러시아를 통해 TKR 연결을 위한 북한의 협력 여건을 조성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회담에서는 러시아 천연가스의 북한 경유 가스관(PNG) 건설, 러시아 전력을 한국으로 공급하는 송전선 건설 사업 등도 논의됐지만 양 정상은 이를 북한 변수나 경제적 타당성 등 여러 여건을 검토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 실현을 뒷받침할 30억달러 규모의 협력 사업도 논의됐다. 양국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러시아 대외경제개발은행(VEB)이 10억달러 규모의 개발펀드를 조성, 공동으로 인프라와 에너지 등 협력사업에 금융지원을 하는데 합의했다.
수출입은행과 러시아 1위 국영상업은행인 스베르방크 간에 중장기 신용공여한도를 15억달러까지 확대해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고, 한국투자공사(KIC)와 러시아 직접투자기금 간에 5억달러 규모의 공동투자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이 밖에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발주 및 수주를 추진하는 방안 합의, 북극항로 활용을 위해 러시아 영해나 대륙붕에서 우리 선박이 운항할 수 있도록 러시아 측의 협조 당부, 해양수산부와 러시아 교통부의 극동지역 항만개발 협정도 추진했다.
또 2020년까지 1조8000억원 규모의 러시아 태양광 발전소 건설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MOU, 우리 스마트그리드 사업단과 러시아 에너지청 간의 협력 MOU, 모스크바 서쪽 20㎞ 지점에 조성된 스콜코보 혁신 연구단지에 한·러 혁신거점센터 구축 합의, 보건복지부와 러시아 보건부간의 신약·의료기기 등 민간분야 협력 확대 MOU 등도 체결됐다.
이 밖에 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사증(비자) 면제협정, 문화원 개설 협정도 체결됐다. 특히 비자 면제 협정이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되면 60일 이하 단기로 상대국을 찾는 방문객들은 비자를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한번 입국해 체류하다 60일이 지나기 전에 출국한 뒤 다시 입국하면 또다시 30일을 더 비자없이 머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