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산운용사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국내외 돌발 악재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수익률 관리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좀처럼 줄지 않는 환매에 밤 잠도 설쳤다. 그러나 우직하게 가치철학을 고수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은 온갖 장애물 속에서도 ‘A+’ 성적표를 받았다.
1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순자산 200억원 이상 굴리고 있는 40개 자산운용사의 국내주식형펀드 연초 이후(12일기준) 평균 수익률은 -1.53%로 집계됐다. 같은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0.08%) 보다 못한 성적이다. 이 가운데서도 플러스(+) 수익을 거둔 곳은 13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장기투자를 중요시 여기는 자산운용사들은 선전했다. ‘가치투자 전도사’인 허남권 본부장이 있는 신영운용이 11.41%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대표펀드인 ‘신영마라톤’(11.39%)과 ‘신영고배당’(15.52%)이 우수한 수익률을 올리면서 전체 성적을 끌어올렸다. 이에 신영운용은 펀드환매 랠리(-7조1008억원) 속에서도 올해 5876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가치투자의 대명사’ 이채원 부사장이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는 한국밸류운용은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12.54%) 호조에 힘입어 11.16%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에 한국밸류운용 역시 3904억원의 돈을 흡수했다.
‘젊은 가치투자맨’ 최웅필 이사가 실력을 발휘하며 ‘3대 가치운용사’로 꼽히고 있는 KB운용은 일부 인덱스펀드 부진으로 인해 수익률이 2.09%에 그쳤다. 다만 ‘KB밸류포커스’(8.68%). ‘KB중소형주포커스’(10.08%) 등이 선전해 자금유입은 3위(2911억원)를 기록했다.
투자의 귀재 강방천 대표가 있는 에셋플러스운용도 10.85%로 우수한 성적을 거뒀으며 베어링(4.61%), 하이(3.78%), 현대(3.49%), 칸서스(2.93%), 트러스톤(2.62%), 프랭클린(1.18%), GS(0.96%), 신한BNPP(0.49%), 키움(0.07%) 등도 ‘플러스’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대형사들은 시장수익률을 간신히 맞췄다. 순자산 1위 삼성운용은 -2.92%를 기록해 수익률 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위 미래에셋운용(-5.12%)은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투신운용(-3.66%), JP모간(-3.43%), 하나UBS(-2.93%), NH-CA(-2.74%) 등도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