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의 너섬만필] 원격진료와 만남의 결핍

입력 2013-11-14 11:14 수정 2013-11-1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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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후반이었던 것 같다. MBC에서 ‘TV선교사’라는 외화를 방영한 적이 있다. 교인 수 수천, 수만명의 초대형 교회의 목회자와 신도수는 적지만 교인들의 아픔을 보듬는 개척교회의 목회자가 주인공이었다.

핵심은 ‘텔레비전이 교회를 대신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텔레비전으로 대표되는 대중미디어로 무장한 초대형 교회의 ‘원격설교’가 가져올 ‘만남의 결핍’을 경계하자는 것이 주된 메시지였다.

그 시절, 단과학원에서는 한샘국어의 서한샘 선생의 강의가 녹음테이프에 담겨 날개 돋친듯 팔렸다. 하지만 대면 수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분명 수업효과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대중미디어가 교육현장에 도입된 지는 오래다. 교육방송은 대학입학교육의 한축을 맡고 있다. 사교육에 비하면 질적 차이는 현격하지만, 대중매체의 총아로 불리는 텔레비전을 통해 교육의 질적 평준화를 꾀하고, 공적 교육의 기회를 널리 제공했다는 점에서, 사교육에서 소외됐던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환영받았다.

각급 학교에서도 교사들의 방송수업이 일상화됐다.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에서 얼굴을 맞댄 전통적 수업 형태가 근간이지만, 보조적으로 매스미디어를 통한 수업방식도 명맥을 잇고 있다. 교사가 방송실에서 마이크 또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것, 학생들이 방송모니터를 보고 수업을 듣는 것, 일종의 원격수업이다.

최근 원격진료 도입을 두고 의료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원격진료는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병원을 찾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IT기기, 전화 또는 화상 등을 통해 진료하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를 대면치 않고 진료나 처방을 한다는 점에서 이는 원격수업이나 원격설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의사와 환자가 일대일로 마주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실 만성질환자에 대한 병원 현장에서의 진료는 번거로울 수 있어 보인다. 병원 진료라는 것이 환자의 바람과 달리 의사와의 상담 시간이 길어야 10분을 넘기지 못하니, 시간이나 경제적 측면을 고려해도 원격진료가 속편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정부는 만성질환자 중 50만명 정도가 원격진료를 이용할 것이란 청사진을 내놨다. 수백억원을 들여 수년간 시뮬레이션까지 마친 끝에 도출한 결과다.

하지만 의료 현장의 목소리는 사뭇 다르다. 동네의원과 지방병원 등 의료시스템의 붕괴,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진료 도입을 막기 위한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속내도 비쳐지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치 않은 탁상행정을 성토하려는 의지도 읽힌다.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소통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만남의 결핍에서 비롯됐다. 원격진료는 의사와 환자의 전통적 의료행위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화상 넘어 전해지는 원격진료로 환자들이 실질적 치료 효과 외에 심리적 안정과 심미적 만족을 느낄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남의 결핍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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