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현재 1000만원 이상 체납자에 한해 실시하고 있는 금융정보조회 대상을 체납자의 가족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나날이 쌓여가는 체납액의 정리실적을 높이겠다는 복안이지만 금융당국에선 금융거래 위축 및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들어 난색을 표해 실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세청이 금융정보조회 대상 확대에 적극 나서는 건 미정리체납액이 지속적으로 늘어 골머리를 썩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정리체납액은 2년마다 1조원 이상씩 급격히 늘고 있다. 2009년 4조1659억원이던 체납액은 2011년 5조4601억원, 올 6월까지 6조6591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6월 기준으로 체납자만 69만7665명에 달한다. 국세청은 이들 체납자 중 일부는 배우자 등 가족에게 재산을 옮겨놨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 계획대로라면 6월 기준으로 1000만원 이상 체납자 10만6780명의 가족 통장까지 뒤져볼 수 있게 된다. 이들은 전체 체납자 가운데 6분의 1에 불과하지만 체납액은 무려 5조4165억원으로 총체납액의 80%가 넘는다. 국세청은 상대적으로 적은 행정력을 추가 투입해 현금 징수실적을 높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새누리당 김동완 의원이 발의해 국회 계류 중인 금융실명거래법 개정안도 국세청의 이 같은 정책 추진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이 개정안은 국세청이 고액상습체납자는 물론 그와 거래가 있던 주변인물에 대해서도 본인 동의 없이 금융거래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에선 부정적 기류가 강해 국세청의 계획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체납 당사자가 아닌데도 가족 또는 거래자라는 이유만으로 과세당국이 금융정보를 들여다본다는 건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일종의 연좌제라는 비판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FIU(금융정보분석원)법 개정으로 국세청이 웬만한 정보는 다 들여다보게 됐는데 범위를 또 넓히려는 건 과욕”이라면서 “체납정리 못지않게 금융거래의 비밀보장도 중요해 신중에 신중을 기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