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미국 주도의 다자 FTA(자유무역협정) 체제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할 경우 협정 발효 후 10년간 2.5∼2.6%의 실질 GDP(국내총생산) 추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불참시에는 발효 후 10년간 0.11∼0.19%의 실질 GDP 감소가 전망된다는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와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차 TPP 공청회에서 TPP 추진동향 자료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산업부는 현재 TPP 협상 동향을 파악하면서 의견수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산업부는 그동안 제조업계 의견수렴 결과 일본·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철강·전기전자·정밀화학·생활용품 등의 업종에서는 원칙적으로 TPP 참여에 찬성하는 입장을 지닌 것으로 파악했다.
반면 대일 시장개방이 우려되는 업종에서는 TPP 참여에 따른 시장 확대 효과에도 불구하고 우려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지난 2005년 뉴질랜드·칠레·싱가포르·브루나이가 시작한 TPP 협상에는 2008년 미국·호주·페루, 2010년 베트남·말레이시아, 2012년 멕시코·캐나다에 이어 올해 일본이 가세하면서 그 규모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학계에선 TPP 협상 참여에 대한 찬반 양론이 여전했다.
김정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우리의 TPP 참여 전략'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TPP 참여는 그 혜택에 비해 비용이 크지 않다"며 빠른 협상 참여를 주문했다.
시장개방·무역규범 수준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협상력의 차이가 반영되는 쌍무협상이 아닌, 많은 참여자의 집단적 이해를 반영하는 다자간 무역협상이어서 비용 부담이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TPP에 참여한다면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460억달러(작년 GDP의 2.5%) 늘어나겠지만 제외될 경우 오히려 30억달러가 줄어들 것이라며 구체적인 손익 수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TPP 참여의 득과 실'이라는 주제발표에서 "TPP에 서둘러 참여해 크게 얻을 게 없는 반면에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할 부담은 적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와 관련 내년도 쌀 관세화 및 한-중 FTA의 농업관세 철폐 문제로 사회적 격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TPP 협상에 참여해 추가 시장개방 압력에 직면할 경우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이 TPP 가입 조건으로 내밀 것으로 예상되는 쇠고기시장 추가 개방, 쌀 관세화 이후의 관세 인하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정 교수는 "한국은 이미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아세안(ASEAN) 등 거대경제권과 모두 FTA를 발효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FTA망을 구축한 상태"며 "TPP 참여보다는 기존 FTA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