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잡지를 총망라하는 ‘코리아 매거진 페스티벌 2013’이 열렸다. 이 축제는 ‘잡지의 날’을 기념한 이벤트이기도 했다. 4000여 종의 잡지가 전시된 현장에서는 근현대사에서 잡지의 발자취와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장은 한산했고, 잡지 시장이 처한 현실을 단면처럼 보여줬다.
그간 잡지는 시사·경제·교양·스포츠·취미·레저·예술·종교 등 사회 전 분야의 지식을 깊이 있게 다루며 문화 전파의 파수꾼 역할을 해냈다. 특히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와 함께 4대 매체의 하나로 활약했다.
한때 4대 매체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잡지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인터넷 미디어를 통한 정보 습득 통로가 쏟아졌고, 그에 따라 잡지의 입지가 위태로워진 것이다. 위기는 곧 시장 규모의 축소로 나타났다. 한국잡지협회에 따르면 잡지업계 매출액은 지난 2009년 1조60억원, 2010년 1조1035억원, 2011년 1조1230억원이었다. 2007년 1조161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 원인으로 시의성과 콘텐츠 경쟁력, 접근성 등을 꼽았다. 쏟아지는 미디어 속에서 주간 또는 월간 발행되는 잡지는 속보성의 태생적 약점을 지닌다. 또 독창적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잡지가 대다수인 점과 잡지의 불편한 접근성도 한몫했다. 한국잡지협회 김영환 부장은 “속보성과 접근성에서의 불리한 점에 콘텐츠 경쟁력의 부재까지 겹쳐 많은 잡지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콘텐츠 차별화와 디지털미디어와의 접목을 필수로 받아들이고 있다. 에스콰이어 민희식 편집장은 “디지털 퍼블리싱으로의 전환은 언젠가 받아들여야 하는 흐름”이라며 “인문학적 통찰력의 깊이가 녹아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이 위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 꾸준히 독자의 관심을 받으며 선전하는 잡지가 있다. 패션지다. 쎄씨(CECI),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스타일, 보그걸(VOGUE girl) 등은 꾸준히 잘 팔리는 여성 패션지다. 남성 패션지에서는 에스콰이어(Esquire), 지큐(GQ), 아레나옴므(ARENA HOMME) 등이 두각을 나타낸다.
이들 패션지의 생존 전략은 크게 아이돌 인터뷰와 부록으로 나눌 수 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다. JYJ와 지드래곤, EXO 등 팬덤을 가진 스타의 인터뷰가 실린 호는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교보문고 최영진 북마스터는 “아이돌 인터뷰에 화보가 부록으로 나갈 경우 평소 판매 부수의 두 배 이상의 수량도 순식간에 팔려 나간다”고 말했다.
사은품 또한 잡지 판매의 중요한 부분이다. 남성 패션지 에스콰이어는 지난달 SK-II MEN 에센스(30mL)를 부록으로 내걸었다. 이 사실이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며 완판됐다. 인터파크도서 정지연 대리는 “패션지와 리빙지(생활잡지)는 월별 사은품에 따라 판매량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고정 독자층을 가진 잡지는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노년들을 위한 헬스조선시니어, 군인들에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기를 끄는 맥심, 시사 주간지 신동아, 교양지 좋은생각, 컴퓨터전문지 PC사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