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비판을 받고 있는 부영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오너가 지분정리에 나섰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일 부영CNI는 이중근 부영회장이 보유한 지분 35%(2만1000주)를 부영주택에 처분했다고 전일 공시했다. 장남 이성훈 부사장(30%)과 부인 나길순 여사(35%) 지분도 모두 부영주택에 넘겼다
부영주택은 오너가로부터 부영CNI 주식 전량(6만주)을 주당 4만1757원에 인수했다. 총 인수 금액은 25억500만원이다. 이 회장과 이 부사장은 보유하고 있는 신록개발 주식도 동광주택에 주당 4만5389원(총 22억6900만원)에 처분했다.
이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월1일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포함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총수일가가 30%(비상장사 2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받는다.
부영그룹은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34.1%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번에 지분을 정리한 부영CNI는 시스템 구축·관리, 주택정보화 등의 솔루션 개발업체다. 2010년부터 실적이 꾸준히 늘었다. 국내매출액 100%를 계열사인 부영주택, 부영CC, 광영토건, 동광주택 등으로부터 올리고 있다.
주거용 건물 건설업체인 신록개발도 2010년부터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역시 2010년 부영CC, 2011년과 2012년은 부영주택에서 매출액 전부를 받았다.
특히 임원 이종혁씨의 지분을 명의신탁 해지후 계열사에 넘겼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회장은 지난 2010년 부영, 대화도시가스 등의 주식을 명의신탁했다며 부당청구된 증여세를 돌려달라는 경정청구를 신청한 바 있다. 과거 차명재산을 탈세 수단으로 규정해 실명으로 전환 시 증여세를 부과했던 국세청 규정이 폐지되자 증여받은 주식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광영토건은 이 회장 3.5%, 이성훈 부사장 8.33%, 이 회장의 동생 이신근 동광종합토건 회장 11.49%, 동서 이영권 24.58% 등 친족합계가 총 44.4%에 달하지만 지분 정리에서는 제외됐다. 광영토건은 지난해 영업이익 85억원, 당기순익 73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131%에 불과한 탄탄한 회사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신록개발은 2~3년전부터 수주가 없었기 때문에 그룹 경영의 효율화 차원에서 지분을 정리한 것이며 광영토건은 경영진의 판단으로 지배구조 개편에서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록개발의 명의신탁 사유는 알 수가 없으며 이번에 해지하는 이유는 절차상 지분 양도가 바로 안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