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들이 한국 경제가 그간의 부진을 떨치고 내년 4%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긍정적인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낙관만 하기는 이르다. 원화강세(환율하락)·저물가·가계부채의 3대 악재가 경제회복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OECD도 내년 경상수지는 GDP 대비 4.5% 수준에 달하며 민간소비는 3.5% 늘어날 것이라 봤다. 외채 구조도 양호하다. 20일 기재부에 따르면 9월말 현재 단기외채 비중은 외환위기 직후를 제외하고 14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채무건전성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회복세가 내년에도 안정적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행이 유력해지는 내년엔 환율 하락의 마지노선인 1050원선이 무너져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김성태 KDI 경제동향팀장은 “내년 원화가치가 6% 상승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040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 내외의 물가 역시 1%대인 올해보다는 오르겠지만 여전히 물가안정목표(2.5~3.5%)를 밑도는 수준이다. 저물가 기조가 이어질 경우 민간소비가 살아나도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으며 채무자의 부채 부담을 높여 경제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저물가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주요 선진국보다 1%포인트 정도 높게 설정된 현재의 물가안정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부채가 처분가능소득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안정적 성장을 막는 구조적 걸림돌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가구의 평균 부채는 5818만원으로 지난해 조사보다 6.8%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내년 경제운용을 수출과 내수의 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체감경기를 높이는 방향으로 끌어가기로 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19일 출입기자단과의 정책세미나에서 “이제는 (경기를) 풀무질 할 때”라며“올해는 정부 주도로 단기정책 위주의 경기살리기에 주력했다면 내년에는 경제체질 개선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