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가업 접는 구자원 LIG 회장

입력 2013-11-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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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 LIG손보 지분 전량 매각키로…건설 경영권 지키려다 ‘그룹모태’ 보험 잃어

“순리대로 흐르던 제 인생의 강물이 바다에 다다르는 마지막 길목에서 예기치 않게 큰 웅덩이를 만났다. 결코, 비켜 흐를 수도 없고, 이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서는 앞으로 더 흘러갈 수도 없음을 알게 됐다.”

구자원 LIG 회장이 19일 자신과 가족이 가진 LIG손해보험 지분 전량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임직원에게 보낸 옥중서신을 통해 지분 매각의 심경을 토로했다. 구 회장은 LIG건설의 경영권을 지키려다가 50여년 피땀 흘려 키운 그룹의 모태인 보험을 잃게 됐다.

LIG손보는 LIG그룹의 모체가 되는 기업이자 자산 18조원 규모의 그룹 핵심 계열사다.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12조원)의 8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절대적이다.

1988년 럭키화재해상보험으로, 1995년 LG화재해상보험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1999년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가 이뤄진 뒤 LIG손보가 됐다.

1964년 락희화학에 입사한 구 회장은 아버지 고(故) 구철회 LIG 전 회장이 구인회 LG그룹 창업주로부터 물려받은 LIG손해보험(당시 LG화재)를 기반으로, 금융 쪽에서 LIG투자증권·LIG 자동차손해사정을 설립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2004년 LG그룹으로부터 추가로 계열 분리한 LG이노텍 방산산업부를 발판으로 사업 영역을 키웠다.

구 회장은 또 2006년과 2009년 건영건설·한보건설을 차례로 인수해 LIG건설을 설립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수익이 악화되면서 LIG건설은 급격하게 부실화됐다.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급전을 돌려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구 회장은 “LIG손보는 저와 임직원의 피땀이 어려있는 만큼, 영원히 함께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 며“그러나 투자자 피해보상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해 지분매각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 매물로 나온 LIG손보에 롯데, 한화 등 대기업 계열의 중견 보험사와 신한, KB, NH농협 등 금융지주 등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또 업계는 유력한 인수 후보로 LG그룹을 점치고 있다.

원수보험료(보험사가 거둬들인 전체 보험료) 8월 말 기준으로 LIG손보의 시장점유율은 삼성화재(26.3%), 현대해상(16.1%), 동부화재(15.3%)에 이어 4위(13.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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