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아터진 거대공룡, 위기의 KT ] ‘포스트 이석채’,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통신전문가가 답이다

입력 2013-11-21 10:25 수정 2013-11-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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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낙하산 인사카드 다시 만지작…KT내부선 표현명 사장 유력

▲지난달 열린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석채 전 KT 회장이 현지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전 회장은 당시 자진사퇴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김태헌 기자 119@

휘청거리는 통신 거함 KT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KT는 검찰수사가 이석채 전 회장의 개인비리에 이어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확대되면서 창사 이래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석채 전 회장 사퇴 이후 KT 새 사령탑 인선이 본격적 초읽기에 돌입함에 따라 누가 위기의 KT를 구할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및 정치권이 또다시 낙하산 인사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민간기업인 KT에 대한 정권의 낙하산 인사는 이제 중단돼야 한다는 지적이 강도 높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 정부는 KT 주식을 1주도 보유하지 않고 있고, 외국인 지분이 41%에 이르는 100% 민간기업이다.

KT는 2002년 8월 민간기업으로 재탄생, 5% 이상을 가진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9.55%), KT 자사주(6.82%), 일본 NTT도코모(5.46%), 영국계 실체스터인터내셔널(5.01%) 등 4곳뿐이다.

◇지배구조 선진화만이 해결책…“청와대 정치인 낙하산 포기해야”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지속해서 낙하산 인사가 CEO 자리를 차지해왔고, 정권이 바뀌면 반복적으로 검찰 수사로 낙마시키는 전철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은 10년간 반복돼 KT는 민간기업이지만, 여전히 공기업 분위기가 팽배하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 역시 대선 승리 공신에 대한 논공행상의 차원에서 KT CEO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곪아 터진 재계 11위 규모인 거대 기업 KT를 정치인 등 비전문가 출신이 맡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세계적 자문업체 고위 관계자는 “정부 주식이 1주도 없는 KT의 후임 CEO를 정권이 선정한다는 것은 후진국형 패러다임”이라며 “이사회를 통해 투명하고 전문성 있는 인물이 지속 선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기회를 통해 글로벌기업 규모에 걸맞은 선진국형 지배구조를 시급히 정착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권마다 친분 있는 정치인을 낙하산으로 보내는 행태나 제왕적 경영스타일 등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사회를 제대로 운영, 검증된 전문가가 지속해서 CEO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임기를 채우겠다며 버티는 CEO를 퇴진시키기 위해 전방위로 펼쳐지는 검찰수사 역시 이제는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비리가 있으면 의당 수사를 해야 할 사안을 두고, 퇴진시키기 위해 검찰수사라는 반복된 카드를 내미는 정권의 공신 자리 챙기기 역시 후진국형 정권 개입이라는 지적이다.

KT는 정권교체기마다 CEO에 대한 검찰수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외신인도는 추락하고, 시장에서도 찬밥신세다.

이 때문에 이번을 마지막으로 정치적 인물이 아닌 통신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로 CEO를 선임해 새로운 KT 지배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KT에서 25년간 근무했던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의 KT 상황을 고려하면, 연봉을 바라고 오는 사람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KT 새로운 CEO는 ‘통신·구조조정 전문가’ 와야

지난 18일 KT가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CEO추천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추천위원회는 오는 25일 첫 회의를 하고 CEO 공모방식 등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KT 내부는 물론, 정보통신산업계는 이번 기회에 KT를 가장 잘 아는 통신전문가가 후임 CEO를 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KT 고위 관계자는 “KT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떨어지는 낙하산 CEO 대신 이제는 회사를 살리고 내부 구성원을 다독일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영자문업계는 현재 KT의 가장 큰 문제로 조직문화의 역동성이 사라진 점을 들며, 흐트러진 조직문화를 쇄신하는 게 가장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후임 KT CEO에는 현 53개에 이르는 부실 자회사를 대대적으로 구조조정,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물론 감소세의 매출을 빠르게 성장궤도로 올려놓을 수 있는 전문가가 선임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KT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KT에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CEO가 와야 한다”며 “매번 정치권이 개입된 사람이 온다면 KT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친박 낙하산들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면서 “국민에게 검증된 인사들로 위원회를 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과 매출 성장세 그리고 흐트러진 조직문화를 빠르게 회복시키는 게 후임 CEO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구글, 애플 등 이제는 포털, 단말기, 통신, 방송 등 모든 서비스가 융합하면서 세계 시장 판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점을 고려, KT의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능력자가 후임 CEO에 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KT 내부에서는 표현명 사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고 외부에서는 정통관료 출신인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이 거론되고 있다.

표 사장은 KT 내부 출신으로 위기의 KT를 가장 잘 이끌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형 위원 역시 정보통신 전문가라는 점에서 유력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청와대와 정치권이 KT 스스로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CEO를 뽑을 수 있도록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차단할지, 아니면 이명박 정부처럼 낙하산 인사를 고집, 정치인을 내려보낼지 재계 전체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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