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말]민주당, 이건 아니다

입력 2013-11-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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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ㆍ전 청와대 정책실장

어릴 적 우리 모두 이렇게 배웠다. ‘욕하지 마라.’ ‘조롱하지 마라.’ ‘때리지 마라.’ 지금도 똑같다. ‘주먹질하지 말고 논리와 명분으로 설득해라.’ ‘욕하지 말고 사리를 따져 비판해라.’ 우리는 그렇게 가르치고 그렇게 배운다.

그러나 현실이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정치에 있어서는 특히 그렇다. 수시로 막가파식 공격과 억지가 논리·명분에 앞서고, 욕설과 조롱이 합리적 비판에 앞선다.

대통령을 모시던 참여정부 시절, 그래서 서글펐다. 대통령을 향한 폭력성 짙은 공격이 시종일관 계속됐다. 정책에 대한 반대도 모양만 그럴 뿐, 대개는 대통령에 대한 원천적 부정이었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탄핵파동까지 겪었으니 더 말할 게 없다.

욕설과 조롱도 끝이 없었다. 대통령을 향해 입에 담기 힘든 욕지거리를 퍼붓는가 하면, 이를 줄여 건배 구호로 쓰기도 했다.

모시던 대통령의 일이라 서글펐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한 공격과 욕설 그리고 조롱이 정책의제를 왜곡하는 등 우리의 정책적 역량을 낮추고, 그것이 다시 우리의 미래를 위험하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이어 들어선 이명박 정부. 소고기 수입과 4대강 사업 등 반대가 심했던 정책에 대통령을 부정하는 정서가 더해졌다. 당연히 폭력성 짙은 공격에 욕설과 조롱이 이어졌다. 길바닥에 대통령을 상징하는 동물 인형을 질질 끌고 다니는가 하면 급기야 ‘2MBc8…’ 어쩌고 하는 인터넷 아이디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다시 가슴이 아팠다. 참여정부 때와 똑같은 이유에서였다. 대통령이 폭력성 짙은 공격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나라, 그래서 합리적 비판과 토론이 사라지는 나라, 그런 나라가 제대로 잘 살 수 있을까. 회의가 들었다.

이번에는 박근혜 정부. 또다시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부정하고 있다. 역시 쉽게 승복하지 않는 문화에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까지 터졌다. 쉽게 사그라질 분위기가 아니다. 일부 가톨릭 사제들은 대통령의 하야까지 주장하고 있다.

또 한 번 걱정이다. 민주·진보 세력의 병폐, 외진 방에 끼리끼리 모여 무의미한 공격에 조롱이나 할까 봐서다. 아니나 다를까. 국회를 찾은 대통령을 맞는 야당 의원들의 태도에서 그 일단이 보였다. 연설에 박수를 치지 않은 것은 그렇다 치고 경호차량에 발길질하는 것은 뭐며, 이 문제를 두고 ‘그까짓 발길질 한 번 했다고…’ 하며 집단으로 의사일정을 거부한 것은 또 뭐였나. 어디를 봐도 합리적 비판행위는 아니다.

문제 많은 박근혜 정부다. 경제는 거시와 미시 모두에 있어 헤매는 모습이다. 일자리 문제나 복지 문제도 그렇다. 재정이나 산업정책과 연계되지 못한 채 이런저런 문제들만 노정하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도 스타일만 있지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당장 중국과 미·일 분쟁 사이에서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북한 문제까지 포함한 큰 구상이 있기나 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 야당, 특히 제1 야당인 민주당은 무엇을 하고 있나. 위험에 빠진 민주주의부터 구하겠다고? 그래서 열심히 국정원 개혁특위와 특검을 요구하고 버스에 발길질까지 하고 있다고? 한마디로 과하다. 그리고 천박하다. 그렇게 하면 민주주의가 공고해지는가? 민주주의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었나?

또 하나, 민주주의의 위기는 국정원이나 청와대로부터만 나오지 않는다. 소위 ‘민주세력’의 정책적 무능도 그 한 원인이 된다. 이들의 무능이 민주주의를 희화화시키고, 민주주의를 무능한 자들의 변명쯤으로 만든다. 제대로 된 민주세력이라면 스스로 그런 모순은 없는지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한다.

욕을 하지 않고 주먹을 쓰지 않으면 논리가 자란다. 세상을 바로 보게 되고 명분의 힘도 알게 된다. 나라를 경영하는 것도 똑같다. 상대를 부정하는 습관이나 허물을 들춰 욕하는 습관을 버리면 합리적 비판능력과 정책적 역량이 생긴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현직 시절 겪은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어릴 때 배운 것이 옳다. 함부로 욕하지 마라. 함부로 때리지도 마라. 논리와 명분으로 설득하고 사리를 따져 비판해라. 그러면 민주주의도 자라고 나라 살림도 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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