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링컨ㆍ케네디 열풍이 부러운 이유- 민태성 국제경제부 부장(뉴욕특파원 내정)

입력 2013-11-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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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 뉴욕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종종 위대한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됐다. 그는 스스로도 노예해방을 선언한 에이브러햄 링컨을 자신의 멘토라고 공공연히 밝혔다.

그는 때로는 존 F. 케네디와 닮았다는 이유로 ‘검은 케네디’로도 불렸다. 지난 2009년 취임할 때는 금융위기 이후 경제 회복을 이끌어야 한다는 임무와 함께 대공황기에 뉴딜정책으로 미국을 구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오바마 링컨 케네디 사이에는 놀랄 정도로 닮은 점이 많다. 각각 다른 시대에 같은 삶을 사는 두 사람이 있다는 평행이론이 마치 이들 세 사람에게 동시에 적용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숫자만 놓고 본다면 링컨과 케네디의 삶은 100년이라는 시차를 둔 복사판이다. 링컨은 1846년에, 케네디는 1946년에 의원이 됐고 링컨은 1860년, 케네디는 1960년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두 사람 다 금요일에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두 대통령을 죽인 범인은 모두 암살당했다. 후임 대통령 이름은 모두 존슨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링컨처럼 일리노이주에서 정치인 생활을 시작했다. 세 사람은 모두 달변가이며 인권에 관심이 많은 정치인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숫자놀음일 수도 있고 우연의 일치에 대해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들 사이의 공통점이 신기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미국이 링컨과 케네디 추모 열풍으로 들썩였다. 지난 19일은 링컨이 ‘게티스버그 연설’을 한 지 150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게티스버그 연설 150주년 기념식에는 영하에 가까운 쌀쌀한 날씨에도 미국 전역에서 수천명이 몰렸다. 게티스버그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은 한해 200만명에 달한다.

22일에는 케네디 서거 50주년을 맞았다. 특히 케네디에 대한 미국인들의 추모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23일 댈러스에서 열린 경매에서는 케네디가 애용했던 흔들의자가 1억원에 육박하는 액수에 팔렸다. 이는 당초 예상가의 2배에 달하는 것이다.

성조기와 대통령의 문장이 들어 있는 깃발 2개는 예상가의 4배나 되는 4억5000만원에 팔렸다. 두 깃발은 케네디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 뒤에 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케네디 추모 열풍을 두고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인 행보의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개혁안인 ‘오바마케어’의 진행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지지율이 사상 최저 수준인 40%대 초반으로 밀리자 강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원하는 오바마가 ‘케네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게티스버그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고 케네디 추모 행사에만 참석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공화당 소속이었던 링컨보다 민주당이었던 케네디를 더 챙긴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링컨과 케네디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애정은 역설적으로 현 정치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지난 10월 연방정부의 셧다운으로 대표되는 정치권의 분열에 대해 실망한 국민들이 과거의 영웅을 찾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역대 대통령을 추모하며 전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참 부러운 일이다.

우리는 어떤가.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는 좋기는커녕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 감옥에 갔다온 사람도 적지 않다. 어떤 이는 퇴임한 지 20여년이 훌쩍 지나서야 추징금을 내놓는 ‘위업’도 이뤘다. 암살이라는 극단적인 처단을 바란다는 영화가 만들어질 정도로 그에 대한 증오도 크다.

현 대통령도 과거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역시 대통령이었던 대통령의 아버지는 한국 경제의 비상을 이끌었다는 평가와 함께 독재자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다. 주요 외신은 박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일제히 ‘독재자(dictator)’의 딸이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소통을 거부하고 아버지의 국정 스타일을 고집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는 언제쯤 역대 대통령을 추모하며 국가적인 축제의 장을 열 수 있을까. 씁쓸하면서도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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