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28일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단독으로 강행처리하면서 민주당이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키로 하는 등 연말 정국에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새누리당과 일부 무소속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지난 2주간 표류해 온 황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감사원장 공석 석 달 만에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 후임자의 인준을 마친 셈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해야 인준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던 민주당은 표결에 불참한 채 ‘무제한 토론요구서’를 제출했지만, 강창희 국회의장은 전례가 없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임명동의안이 가결되자 ‘천재지변과 국가 비상사태로 제한한 직권상정 요건 위반’ ‘국회법에 규정된 무제한 토론신청 수용 거부’ 등을 들어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위법 표결은 무효”라고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날 인사청문특위에서 청문심사 경과보고서가 채택돼 동의안이 본회의에 부의된 만큼 직권상정이 아닌 정상적 의안상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 후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야당과 민의를 깡그리 무시하는 안하무인식 의회 폭거를 대하면서 의회 일정에 임하는 게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29일부터 국회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민주당의 특검 요구를 놓고 여야가 대치한 상황에서 여당이 감사원장 인준안을 단독으로 처리함에 따라 정국이 더욱 꼬여가는 모양새다.
여기에 여야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일부 사제의 북한 연평도 포격 옹호성 발언을 놓고도 한층 격화된 설전을 주고 받았다. 특히 친노무현계 좌장격인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공개 논쟁에 가세, 여야간 충돌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문 의원은 자당 가톨릭 신자들이 연 미사에 참석해 “사제단과 신부들에 대해서까지도 종북몰이를 하는 데 분노를 느낀다”면서 “미사에서 한 사제의 강연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를 한다는데,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전 세계 가톨릭의 공분을 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도 민주당이 종북 세력을 비호하고 있다는 ‘종북 프레임’을 다시 꺼내 들고 공세를 강화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주장하고 천안함 폭침 사실을 부정한 박창신 신부의 궤변에 동의하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어설픈 언어유희로 종북세력을 비호할 때가 아니다. 원죄에 또 다른 죄를 덮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여야가 이같이 곳곳에서 충돌, 이미 장기화된 여야 대치 구도가 극한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면서 국회는 연말까지 공전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