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004년 이후 매년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해 성명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며 압박하고 있고 있지만, 명단 공개와 출국금지 제재에도 체납세액의 납부율이 극히 낮아 골치를 앓고 있다.
국세청은 28일 ‘2013년도 고액·상습체납자’ 2598명(법인 936개 포함)의 성명, 상호(법인명), 나이, 직업, 주소, 체납액 등을 홈페이지와 관보 등에 게재했다. 이들이 내지 않은 증여세, 법인세 등 국세는 총 4조7913억원으로, 1인당 평균 18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공개된 명단에는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이 양도소득세 등 715억원을 체납해 개인 체납자 가운데 체납액이 가장 많았다. 신삼길 전 삼화저축은행 회장도 부가가치세 등 351억원을, 전윤수 성원건설 대표는 증여세 224억원을 각각 체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가운데선 도매업을 하는 삼정금은(대표 권순엽)이 부가가치세 등 495억원을 내지 않아 체납 1위에 올랐다.
올해 신규 공개대상자는 지난해 7213명보다 4615명 줄었다. 이는 명단 공개기준이 기존 ‘체납발생 2년 경과, 체납액 7억원’에서 지난해 ‘체납발생 1년 경과, 체납액 5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이전까지 공개되지 않은 체납자가 일시적으로 대폭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개인체납자의 연령은 40∼50대가 전체 공개인원의 67.8%, 체납액의 67.9%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 지역에 개인 69.2%, 법인 70.1%이 몰려 있었다. 체납액은 5억∼30억원 구간이 개인 60.5%, 법인 54.5%로 가장 많았다.
국세청이 이같이 고액·상습체납자들에 대해 명단 공개로 ‘불명예’를 안기고 출국금지로 한번 더 제재하고 있음에도 회수율은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8~2012년 고액 체납으로 명단 공개된 자는 총 1만2799명으로, 체납액은 26조592억원에 달하지만 같은 기간 징수실적은 2539억원에 머물렀다. 총 발생체납액 대비 징수액 비율이 0.97%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출국금지 규제도 효과가 미미해 출국규제자 가운데 체납세액 납부로 인한 출금 해제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명단공개자는 대부분 무재산자로 납부능력이 없어 납부율이 낮다”면서 “금융실명제법 개정으로 체납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친인척까지 금융조회를 할 수 있다면 은닉재산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