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재영(43)은 친근하면서도 투박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옆집 아저씨처럼 마냥 좋다가도 눈빛에 힘만 주면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그간 영화 ‘실미도’, ‘아는 여자’, ‘웰컴 투 동막골’, ‘거룩한 계보’, ‘강철중’, ‘내가 살인범이다’ 등을 통해 특유의 거친 연기를 내뿜은 정재영이 영화 ‘열한시’를 통해 KAIST 천재 물리학 박사로 변신했다.
데뷔 17년차 베테랑 배우이건만 정재영은 아직도 개봉 전 마음이 뒤숭숭하다. 정재영은 26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개봉을 이틀 앞둔 심경을 전했다. 그는 “항상 뒤숭숭하고 초조하다. 영화 찍을 때는 그런 생각을 안 하는데 개봉 때만 되면 그렇다. 마치 시험 보고 점수를 기다리는 기분이다”고 밝혔다.
정재영은 시간 이동 프로젝트의 연구원 우석에 대해 “이보다 더한 엘리트 역할은 없을 것. 타임머신을 발명한 사람이 아니냐”고 농담 섞인 말을 건넸다. 그는 ‘열한시’ 출연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SF 소재의 영화를 좋아한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궁금하기 때문에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다. 또 김현석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현석 감독에 대한 정재영의 믿음은 촬영현장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정재영은 “김현석 감독은 참 똑똑하고 쿨하다. 웬만한 신은 한두 번에 오케이한다. 밤에 촬영하는 것도 싫어한다. 알고 보니 새벽 4시 반에 일어나더라. 4시간밖에 자지 않는다. 난 완전 반대다”고 말했다. 김현석 감독의 지휘 아래 정재영, 김옥빈, 최다니엘의 친분도 시너지 효과를 냈다. 정재영은 “두 달 반 동안 세트장에 같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회상했다.
최근 영화 ‘역린’의 막바지 촬영 중인 정재영의 내년은 밝다. 한지민과 호흡을 맞춘 ‘플랜맨’, ‘방황하는 칼날’, ‘역린’이 내년 상반기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이에 정재영은 “‘열한시’ 인터뷰 한 달 후에 ‘플랜맨’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행복한 비명을 지르면서도 “처음 연기할 때 그 열정을 갖고 가고 싶다. 언젠가는 식겠지만 최대한 늦추고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