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64)이 LG상사 고문직을 벗고 대표이사 부회장이라는 중책을 맡는다. 종합상사 시장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상황에서 LG상사 새 사령탑으로 확정된 이희범 대표가 어떤 바람을 일으킬 지 업계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LG상사는 29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 회장을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는 LG상사가 지난 6월 이희범 전(前) STX에너지 부문 회장을 고문으로 영입한 지 5개월 만의 파격 승진이다. 이는 이 회장의 해외 사업에 대한 경륜, 공직에서의 경험, 에너지 부문 전문성, 글로벌 네트워크를 겸비한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LG상사 경영 사령탑을 맡은 이후 ‘수익성 개선’이라는 중대한 미션을 부여받을 것으로 전망이다. LG상사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9% 줄어든 152억원에 그쳤다. 매출 역시 3조1661억원으로 4.6%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0.5% 줄어든 32억2900만원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최근 SK네트웍스는 부진을 견디다 못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섰고, 대우인터내셔널도 모태 공장인 부산 봉제공장을 매각했다. 이처럼 국내 유수의 종합상사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LG상사는 ‘팔방미인 이희범 대표’라는 카드를 꺼낸 셈이다.
이 대표는 기업과 공직을 비롯해 경제 5단체 중 무역협회, 경총 수장까지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며 40여년 간 단 하루도 업무에서 손을 떼본 적이 없다. 그는 경북 안동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1972년 행정고시(12회)를 합격하고 공직에 입문한 뒤 상공자원부 사무관, 대통령비서실 서기관, 제3대 산업자원부 차관,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제7대 서울산업대학교 총장을 거쳐 2003년부터 3년간 제8대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또 2006년부터 3년동안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냈고 이후 STX에너지, STX중공업, STX건설 회장직을 맡으며 2010년 9월부터는 경총 회장직도 함께 수행해왔다.
이번에도 경총 회장직과 LG상사 대표(부회장)직을 겸임하는 데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도 기업 회장과 경경총 회장직을 겸직한 경험도 있을 뿐 아니라 이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