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왜 모두 유재석처럼만 살라고 할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입력 2013-11-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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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잔인한 달이다? 심지어 11월 괴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올해는 이수근, 탁재훈, 붐, 토니안, 앤디 등등 다수의 연예인이 도박 혐의로 줄줄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그러다 보니 방송가가 그 후폭풍으로 휘청하기도 했다. 여기에 에일리의 전신 누드 사진이 유출되면서 대중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고,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에서 발표된 프라이머리의 ‘아이 갓 씨’라는 곡의 표절논란으로 대중문화계 전체가 시끌시끌했다.

사실 11월 괴담이라고 굳이 붙여지면서 이 같은 일련의 사태들이 11월에만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오히려 11월이 아니라 일 년 내내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유독 11월에 주목된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11월 괴담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스포츠 신문들이 가을 스포츠 시즌이 끝나고 나서 없는 이슈를 끄집어내기 위해 11월에 집중적으로 연예인 가십들을 보도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이번 도박사건만 해도 그렇다. 이수근의 경우를 보면 그는 이미 지난 2008년부터 도박을 했다고 한다. 굳이 왜 하필 지금 이 이슈가 나온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즉 연예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슈들은 그 사안 자체만큼 중요해진 게 시점이다.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는 말이 있듯이 어떤 경우 연예계 논란거리나 이슈는 더 큰 정치적 이슈들을 가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음모론일 수 있지만 그 결과와 효과는 어쨌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제아무리 음모론이라고 하더라도 연예인들의 사건사고가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들은 어쨌든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니 인기만큼 요구되는 것이 윤리의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윤리의식을 요구하며 벌어지는 이슈화와 논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언가 잘못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것은 왜 이렇게 끊임없이 사건이 터지고 그 결과가 한 연예인의 삶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파장을 일으킨다는 것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음에도 사건이 계속 터지는가 하는 점이다. 도박은 대표적이다. 과거 개그맨 황기순이 도박 사건으로 한순간에 하락의 길을 걸었고 그 후에도 김준호가 도박 사건에 연루됐으며 신정환은 두 차례에 걸친 원정 도박으로 방송에서 거의 퇴출됐다. 그러고 보면 이번 도박 사건으로 과거 ‘상상플러스’에서 활약하던 MC들이 대거 도박에 연루된 결과가 됐다. 신정환, 이수근은 물론이고 탁재훈까지.

이렇게 때가 되면 터지는 사건사고에서 자유로운 거의 유일한 인물이 유재석일 게다. 그는 프로그램 안에서나 밖에서나 심지어 ‘유느님’이라 불리는 것이 단지 과장만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왔다.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몸관리에도 철저하며 프로그램 내에서도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과 정상의 연예인으로서 누리기보다는 그만큼 자기관리에 더 힘을 쏟는 모습에 대중은 기꺼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제아무리 유느님이라 칭송된다 해도 모든 연예인에게 유재석의 삶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연예인들은 직업 특성상 정상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물론 사건사고들은 연예인 개개인의 자기 관리 실패가 빚어낸 결과다. 따라서 그들에 대해 신뢰를 가졌던 대중이 질타를 보내는 건 정당한 일이다. 하지만 사건사고가 특정 시기에 맞춰져 대서특필되고 이슈화되면서, 오로지 이슈화를 위한 이슈화로 끝나는 현재의 상황들은 그다지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근본적 문제해결에 도달하기는커녕 자칫 잘못하면 누군가에게 이용될 위험성마저 농후하다. 매번 반복되는 사건사고를 그저 개인이 저지른 실수의 파장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향후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모두가 유재석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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