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적인 조미채소인 양파는 많은 농가들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년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인당 소비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저장 여건이 제대로 갖추어 있지 않아 손실률이 의외로 높다는 점이다. 생산량에 비해 저장 중 부패되는 양이 많고, 저장에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 생산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양파 재배 농가에겐 양파 저장성을 향상시키지 않고는 소득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립농업과학원은 농가의 현안에 주목하고 현장접목 연구사업을 준비했다. 양파 예건방법 개선을 통해 저장성을 향상시켜 농가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예건과 저장을 동시에 ‘저온저장고’
그런데, 양파의 손실은 대부분 저장 과정에서 발생한다. 실제 양파 저장 중 감모율은 12월에 10~20% 수준이었다가 4월에 20~30%로 증가한다. 전체 생산한 양파의 3분의 1이 저장 과정에서 썩거나 상품성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국립농업과학원은 양파의 예건(건조하는 과정)과 저장 체계 확립과 예건 겸용 저온저장고 보급을 핵심으로 본격적인 현장접목 연구사업에 들어갔다.
양파의 안정적인 저장을 위해서는 예건 공정이 꼭 필요하다. 기존 농가에서는 양파를 수확해 줄기를 절단한 후 그물망에 담아 일정 기간 음건한 후 저온 저장고에 저장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법은 건조과정 중 우기와 겹치거나 습기를 함유한 곳에서는 부패 발생률이 높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본 연구사업을 통해 농가에 보급한 저온저장고를 활용하면 날씨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저온저장고 유닛쿨러에 장착된 히터로 습도 조절이 가능하고, 환기팬은 예건과 저온저장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도와준다.
▲품질향상을 통한 경쟁력 우위 방안 마련
현장에 적용할 저장기술과 지원내용을 확정한 국립농업과학원은 현장접목 대상을 선정했다. 경남 창녕군의 한농연창녕유통사업단 영농조합법인은 현장접목을 수행하기에 제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양파 생산농가 19곳이 모여 만든 한농연창녕유통사업단은 연간 1,600톤의 양파를 생산해 20억 원에 육박하는 조수익을 올리는 규모 있는 생산자협의체다. 한농연창녕유통사업단은 규모도 규모지만 예건 겸용 저온 저장고 설치에 필요한 토지도 가지고 있었다. 국립농업과학원 최승렬 연구사는 현장접목의 당위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면밀한 실증테스트를 통해 체계적인 작업체계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저장용 양파 자체의 품질향상을 통한 경쟁력 우위 방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농가들의 수익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외국산과의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습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한농연창녕유통사업단에게 현장접목 과제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양파 예건 겸용 저온저장고 현장 설치 및 시범운영이고, 다른 하나는 양파 예건 겸용 저장의 소득증가와 경제성 분석이다. 두 가지 모두 양파 재배농가에게는 절실한 현안이다.
▲저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을 극대화하라
본 연구사업은 처음부터 크고 작은 난관에 봉착했다. 연구사업의 진행과정과 양파의 수확 및 저장시기가 맞지 않았고 주요 시설의 설계 및 시공이 늦어져 당초 계획보다 현장적용이 지연되었다. 따라서 실증테스트는 사업이 시작되고 1년이 더 지난 2013년 6월 양파 입고시기에 맞춰 진행되었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국립농업과학원은 마을에 30평 규모의 예건 저온저장고를 설치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예건 효율 극대화를 위해 기존의 송풍기 외에 양파 적재 파레트에 송풍기를 추가 설치했다. 현장평가회를 통해 주변 양파 재배농가에게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과정도 거쳤다. 한농연창녕유통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하태홍 대표<사진>의 설명이다.
“양파는 저장만 잘하면 고소득원이 될 수 있는 조미채소입니다. 하지만 저장 중 감모율이 높습니다. 수확 후 한꺼번에 출하하는 게 방법일 수 있지만, 시장에 물량이 많이 풀려 값이 폭락하기 일쑤입니다. 그러고 나면 이듬해 재배면적이 감소해 양파 값이 오르고, 그 틈새를 외국산이 들어오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양파 재배농가 입장에서는 저장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2011년 30%이던 부패율 2013년 5%로 대폭 감소
양파의 부패를 최소화해 상품성을 증대시키고, 시장 출하율과 가격이 올라가 소득을 향상시켰다. 소비자에게 조미채소류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고, 양파 수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
현장접목 연구사업은 연구진과 농가들 모두 윈윈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연구진은 양파 저장성을 향상시키는 기술적 연구성과를 거두었고, 농가들은 당면과제를 해결함으로써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
연구사업의 성과는 현장접목 전후로 눈에 띄게 나타났다. 2011년 30%이던 부패율이 2013년 5%로 대폭 감소했다. 부패율이 감소하면서 농가 생산성은 30% 이상 증대되었다. 이전 저장설비에서 양파의 30%가 부패되어 생산성은 70%에 머물렀으나 기술접목 이후 생산성은 대폭 상승한 것이다.
양파 예건과 저장이 동시에 이루어져 작업편이성과 효율성도 높아졌다. 이는 노동력 절감으로 이어져 생산단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제 농가들은 한 해 동안 땀 흘려 재배한 양파를 손실 없이 저장해 제값 받고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양파는 주요 노지채소 중 양배추와 함께 소비자 증가되는 품목 중 하나다. 소비증가의 주된 요인은 건강식품으로 인식이 확대되면서 가공 수요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양파는 사계절이 뚜렷한 관계로 맛과 향이 독특하고 당뇨나 고혈압에 약리 효과가 있는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품질면에서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가격적인 측면의 경쟁력도 갖추고 있어 외국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유무역 경쟁체제 하에서 외국산이 수입되어도 양파는 많은 부피와 중량 때문에 수송비가 많이 들어간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은 외국산에 비해 국내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양파 예건 저장성 향상 기술이 전국 농가에 보급되면 부패율 감소로 중국산 양파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또한 저장성 향상에 따라 1년 내내 양질의 양파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게 돼 가공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장접목 연구사업은 양파시장 발전의 중요한 시기에서 든든한 주춧돌을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양파 예건방법 개선 저장성 향상에 대해 관심 있으신 농가는 국립농업과학원 최승렬 연구사(031-290-1910)에게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