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전문경영인과 이데올로기

입력 2013-12-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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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철’이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수많은 전문경영인의 희비가 엇갈린다. 당찬 포부를 밝히며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이 있는가 하면 고개 숙인 채 일선에서 쓸쓸히 물러나는 이들도 있다.

한국의 전문경영인은 1990년대 초부터 서서히 그 개념이 잡히기 시작해 1998년 외환위기(IMF)를 겪으면서 ‘최고경영자(CEO)’란 대명사로 굳어졌다. 이후 전문성을 갖춘 경영인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고, 기업들은 안팎에서 적임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니고 있다.

일부 전문경영인들은 오너 못지않은 기업가 정신으로 위기 속에서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권오현 DS(부품) 부문 부회장, 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 사장, 신종균 IM(IT·모바일) 부문 사장 등 3인의 전문경영인이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이들 전문경영인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올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SK그룹의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문덕규 사장(SK네트웍스), 하성민 사장(SK텔레콤), 유정준 사장(SK E&S)도 10년 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태로 촉발된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찬탈 시도를 막아낸 공신들이다. 이들은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형제 동반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그룹을 지켜내고 있다.

전문경영인은 오너와 달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윤 극대화와 조직 혁신에 유리하고, 투명 경영을 강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반면, 오너의 경영 대리인으로서 책임 경영에 한계가 있고, 빠른 의사 결정에 제약이 따른다. 또 미래를 위한 대비 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기업 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500대 기업 중 적어도 150명의 전문경영인이 10대 그룹에 재직 중이다. 전문경영인들은 통상 3년의 법정 임기가 정해져 있지만, 지난 10월 기준 10대 그룹에서 이를 넘긴 CEO는 39명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은 임기도 다 채우기 전에 쫓겨나는 셈이다.

전문경영인에 대한 이 같은 ‘이데올로기’는 최근 재계에서 불고 있는 ‘성과주의’ 인사 원칙과 무관하지 않다. ‘신상필벌’은 성과를 낸 이들에겐 부푼 기대를 안겨주지만 다른 한쪽엔 냉혹하게 적용된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전문경영인에 대한 평가 기준을 오로지 ‘매출’과 ‘영업이익’에 국한지어서는 안 된다. 임직원들의 결속력, 조직 혁신, 성장 가능성, 성공 DNA 등 무형의 성과들도 골고루 살펴야 한다.

기업 오너들은 전문경영인을 교체할 때마다 ‘철저히 검증한 인재’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만큼 신뢰한다는 얘기인데, 대부분의 인사 형태를 보면 유통 기한이 고작 1~2년에 불과하다. 성과주의가 단순히 숫자 평가로 비쳐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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