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창조경제 압박 시달리는 복지부- 김부미 정치경제부 기자

입력 2013-12-0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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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창조경제’를 야심차게 들고 나오자 각 부처들이 앞다퉈 창조경제 활성화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예외는 아니다. 박 대통령은 “헬스케어 산업은 창조경제의 핵심 아이콘이다”고 강조하며 복지부 및 관련 부처에 창조경제에 걸맞은 새 사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복지부는 최근 의료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원격의료’를 히든카드로 내세우며 ‘스마트 헬스케어’를 창조경제 실현모델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복지부는 곧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쳤다. 의료와 사회에 대한 고민 없이 기술과 성장지상주의에 갇힌 정책이라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원격의료를 찬성하는 의사도 정부의 정책 운영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원격의료 도입은 찬성하지만 정부 방식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동네의원, 환자, 대학병원 모두 상생하려면 성과만 내놓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IT분야와 의료기기 등의 관련 산업이 성장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동네의원이 살아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현상이 심하고 동네의원이 과잉 공급된 상태에서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의료전달체계가 완전히 붕괴될 것이란 의료계의 주장이 팽배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의료산업화 논리가 의료기관과 보건의료체계의 기술적 효율성에만 집중돼 있어 원격의료 시 개인에게 필요한 장비 마련 등의 의료비 부담 부분은 아직까지 대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때문에 원격의료가 의료계와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반쪽짜리’ 정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의료시장은 꾸준히 변화와 성장을 이루고 있다. 한국 의료체계 역시 세계적인 추세에 맞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동의한다. 하지만 의료정책은 산업 육성만을 위한 시각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성과주의가 아닌 동반성장이 가능한 진짜 ‘창조경제 정책’을 고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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