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감사원장 임명 강행 등으로 여야가 대립하면서 언제 국회로 불려갈지 모르는 장관들의 일정이 뒤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일정 탓에 중요 경제현안을 다루는 경제장관회의가 열리는 전날까지 시간만 잠정으로 잡아놓고 장소만 네 차례 바뀌는 헤프닝이 일어났다.
결국 정부는 3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국회 근처에 있는 수출입은행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열기로 했다가 이날 오전 8시40분경 다시 정부서울청사로 바꿨다. 이날 경제장관회의에서는 8·28 부동산대책에 대한 보완책을 발표하는 중요한 회의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2일 브리핑을 갖고 지난 8월28일 전세금 급등으로 서민 주거불안이 문제가 되자 발표한 전·월세 대책 후속 보완책을 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8·28 부동산대책이 현재 어떻게 추진되고 있고 어떻게 보완해 더욱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 등이 발표의 골자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조 수석은 국회에 계류 중인 부동산법안이 시급히 처리돼야 한다며 그 이유로 △전·월세난 완화 △취득세의 한시적 감면 반복으로 말미암은 시장의 혼란 해소 △민간 소비 진작 △투자 활성화 △주거복지 증진과 도시슬럼화 방지 등 5가지를 들었다.
이 같이 중요한 경제현안을 다루는 일정임에도 정부는 국회 눈치만 보며 제대로 일정을 잡지 못하다가 결국 점심시간을 이용해 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최근 장관들뿐만 아니라 각 부처 실·국장들도 국회 파행으로 예결위가 언제 다시 열릴지 몰라 국회 근처에 대기하는 경우가 많아 연말 일정들은 전혀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세종청사에서는 일명 ‘어린이날(장·차관과 실·국장이 없는 날)’이 자주 발생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 급히 처리되거나 늦춰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국회 예결위가 세종청사에서 열리거나 아니면 일정과 관련해 국회에서 정확하게 통보해준다면 행정 비효율성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중요 경제현안들도 좀 더 자세히 살필 수 있을 것이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