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 5大 의제]항상 용두사미로 끝나는 개혁…‘낙하산’ 근절이 첫걸음

입력 2013-12-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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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경영·도덕적 해이로 부실 키워…추천위 자율적 권한 보장 시급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은 개혁 대상이었다. 하지만 용두사미로 끝나기 일쑤였다. 그 결과 공기업 부채가 500조원을 넘어 국가 부채보다 더 많아졌고 방만·부실경영은 고질화됐다. 이 같은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는 ‘낙하산 인사’ 관행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관료 출신이나 정치권 인사들이 ‘논공행상’에 따라 산하 공공기관장 자리를 나눠 갖는 일이 반복되면서 공공기관의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공기업 부실경영의 폐해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기업 개혁과 낙하산 인사 근절은 결코 방치할 수 없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낙하산 인사 왜 이뤄지나 = 정권마다 낙하산 인사 관행이 되풀이되면서 전문성 없는 퇴직 공무원이나 정치권 출신들이 지방 공기업 수장으로 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낙하산 기관장의 경우 독자적 소신 경영을 하지 못하고 주무부처보다 청와대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일이 많아 공기업 운영이 정치권의 입김에 좌우되기 일쑤였다. 낙하산 인사로 자질과 적격 시비를 부르다 보니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기관장 선임과정에서부터 정통성을 상실하고 해당 분야에 전문성 없는 인사가 기관장을 맡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새 수장이 임명되면 노조는 일단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대부분의 경우 이면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타협하는 일이 빈번하다. 임기 보장이 안 돼 개혁의 추진동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한계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과다한 임금인상과 ‘묻지마’식 복지가 이뤄지고, 본업과 전혀 관련 없는 엉뚱한 사업에 투자해 손실을 입는 등의 방만경영과 비대화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장은 대통령이나 장관이 임명권을 갖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나 감독기관이 개입해 내정한 인사를 선발토록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추천 절차는 요식행위로 끝나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따라 공기업이 관치와 낙하산 논란에서 벗어나는 길은 추천위에 자율적 권한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낙하산 인사 근절 없는 공기업 개혁은 눈속임”= 전문가들은 공기업 방만경영을 막기 위한 최대 개혁 과제로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 근절’을 꼽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와 공기업, 정치권 관료집단의 이익이 일치되는 ‘철의 삼각형’을 형성하고 있다” 며 “세 집단이 공생관계로 맞물리니까 정부는 부채를 숨기고,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심어놓고, 낙하산 인사는 큰 문제 없이 성과만 안고 가려 해 방만경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권 차원의 낙하산 관행 개선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낙하산 인사 근절 없는 공기업 개혁은 눈속임”이라는 것이다. 또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후보군에 지원 문호를 개방하고, 선임 절차가 투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당선인 시절 공공기관 인사와 관련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는 새 정부에선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을 중심으로 대선 승리에 공이 있는 사람들을 공공기관장에 앉히거나 여권에서 노골적으로 “공공기관장 선임 시 선거 때 노력한 분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청탁성 발언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박근혜 정부 들어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장의 45%가 ‘낙하산 인사’로 분류됐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임명된 78명의 공공기관장을 자체 조사한 결과 이 중 34명(45%)이 대통령 측근이거나 대선 당시 선대위에 참여한 낙하산에 해당된다. 2008년 참여연대가 자체 평가한 이명박 정부 초기 공공기관장 낙하산 비율 32%(180명 중 58명)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는 게 장 의원 측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12월 초 강도 높은 공기업 개혁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은 부채관리 강화와 임금 삭감, 과잉복지 축소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공공부문 방만경영과 예산낭비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면서 “정보공개 확대를 기반으로 대국민 여론조사, 국회나 언론 등의 지적사항을 반영해 12월 초까지 강도 높은 대책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공기관의 경영이나 부채 문제를 다소 소홀히 해 온 측면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오늘의 위기를 불러온 게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면서 “(공공기관 개혁의) 출발점은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공공기관 스스로 개혁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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