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조금 긴급진단] 대형마트 통해 판매경로 다각화하면 단말기 값도 ‘다운’

입력 2013-12-0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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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안모(37)씨. 그는 제조사 담당자가 오면 걱정부터 앞선다. 새 단말기를 출시할 때마다 대리점을 찾아와 많이 팔아 달라고 부탁하기 때문이다. 실제 LTE폰이나 재고가 많아 밀어내기를 해야 할 경우 장려금을 많이 얹어주기 때문에 특정 단말기를 집중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권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늘 부담이다.

◇불법 보조금의 주범, 이통사·제조사 간 밀월 유착 카르텔, 누가 깰 것인가

국내 신제품 휴대폰에는 변함없는 가격 사이클이 있다. 출시 당시 100만원을 훌쩍 넘는 단말기는 정확히 한 달이 지나면 곧바로 가격이 추락하는 사이클이다. 각종 프로모션과 할인행사 등 이른바 할인 약발이 정확하게 한 달이면 얼추 떨어지기 때문이다.

100만원을 호가하던 최신폰은 구매 시기와 판매처에 따라 크게 70만~80만원까지 가격 차이가 난다.

이통사와 제조사의 각종 보조금으로 인해 단말기 원가 자체가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정확하게 언제, 어디서 사야 가장 저렴한지를 판별해낼 방법 자체가 원천적으로 없다.

춤추는 휴대폰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차별적 피해를 주는 동시에 건강한 유통구조를 해치는 주범이다.

이런 현상은 왜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는 것일까? 바로 이통사와 제조사 간 뿌리 깊은 밀월 유착 관계 때문이다.

알뜰폰 업체 고위 관계자는 “이통사는 제조사에 단말기를 비싸게 출시하라고 부추긴다. 대신 뒤로는 장려금 명목의 보조금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이런 고가의 단말기에 각종 약정기간과 값비싼 요금제를 쓰는 조건으로 최대 70만~80만원을 할인, 마치 소비자들에게 큰 혜택을 주는 양 판촉전을 펼치고 있다.

단말기 가격은 통신사가 제공하는 단말기 보조금과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이 변할 때마다 요동친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최신폰 가격 수준이 적정한지를 판가름해 낼 방도가 없다. 이통사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 간 오랜 밀월 관계는 단말기 수급 상황과 재고물량 등에 따라 하루하루 휴대폰 가격이 달라지는 기상천외한 시장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가격에 관한 한 소비자들은 그저 눈뜬 장님과 다름없다.

이통사와 제조사 간 왜곡된 유통구조는 필연적으로 보조금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보조금 과열 경쟁으로 비싼 요금제는 물론 장기 가입을 해야 하고 해지 시 엄청난 위약금을 토해내야 하는 약정 가입 등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정부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역시 오랫동안 고착화한 왜곡된 휴대폰 유통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세대 경제대학원 김정호 특임교수는 “단통법이 통과되면 보조금이 없어지는 만큼 단말기 가격은 지금보다 비싸져 소비자들은 피해를 보고 제조사들은 교체 수요가 줄어들어 신제품 개발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소비자의 관점에서 기업들은 서로 경쟁하면 할수록 가격이 내려가 이득인데, 단통법을 통해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정부가 나서서 담합을 조장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휴대폰 유통권력, 유통회사에 넘기는 유통구조 선진화만이 해결책

국내 이통사와 제조사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직영점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물량 조절과 가격을 통제하는 유통권력을 포기할 수 없는 본사의 정책 때문이다. 이런 유통권력을 미국처럼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 넘길 경우, 가격도 재고물량 밀어내기도, 강제실적 할당 등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메이커와 이통사 대리점마다 따로따로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강요당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월마트 등 대형 할인점에서 모든 단말기를 판매한다. 때문에 소비자는 모든 제조사의 제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단말기를 직접 보고 만지면서 비교한 후 구매를 결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가 제조업체로부터 최대한 저렴하게 단말기를 구입해야 하는데 정반대의 상황”이라며 “건강한 유통구조와 시장 논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휴대폰 시장은 왜곡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전국의 농산품과 생필품 중 최고의 품질, 가장 저렴한 제품을 구입, 판매하는 것처럼 휴대폰 유통시장에도 이런 가격 거품을 빼는 건강한 시장논리를 빠르게 확산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선진국의 경우 이동통신사와 소매점으로 유통경로가 다각화돼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휴대폰 유통 채널 비중은 이통사가 40.8%, 소매점이 59.2%를 차지했다.

주요 유통 매장에서 다양한 제조사의 단말기를 취급한다. 결국 이통사와 제조사, 소매업체들이 서로 경쟁구조를 형성, 가격 인하 현상이 발생한다.

단말기 유통 주도권이 대형 할인점으로 넘어갈 경우 이통사와 제조사 간 경쟁으로 인해 단말기 가격이 내려가 보조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원리다.

국내에선 이미 1년 전 단말기 자급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아직 전체 가입자의 5%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유통구조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팔리고 있는 자급제 단말기는 2G(세대) 피처폰이 주를 이룬다. 제조사들은 유통사 견제와 기존 물량의 안정적 소화를 위해 유통사에 최신 제품의 공급을 꺼린다. 소비자 선택의 폭도 좁다. 이미 보조금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보조금 없는 피처폰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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