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 ‘장수 감독’을 보고 싶다

입력 2013-12-0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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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긱스,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게리·필립 네빌 형제. 축구 팬이 아니라도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선수일 것이다. 이른바 ‘퍼거슨의 아이들’로 불리는 선수들이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이들을 이끌고 1992년 유스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퍼거슨은 베컴이 2003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기 이전까지 이들과 함께 리그 우승 6번, FA컵 우승 2번, 챔피언스리그 우승 1번 등을 이루며 황금시대를 개척했다.

퍼거슨이 맨유 감독으로 부임한 것은 1996년 11월 6일이었다. 그리고 2013년 5월 19일 맨유 감독으로 마지막 경기를 치를 때까지 약 17년간 맨유를 이끌었다. 그의 마지막 경기는 그가 맨유 감독으로 치른 1500번째 공식 경기였다.

세계 스포츠계의 모든 통계를 아우를 수는 없는 탓에 어떤 종목의 어떤 감독이 최장수인지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퍼거슨이 유럽에서 가장 오랜 기간 한 클럽의 감독으로 재직한 것은 아니다.

현재 프랑스 2부리그에 속해 있는 AJ 오제르를 1961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44년간 이끈 기 루에 비하면 퍼거슨의 17년 경력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23세의 어린 나이에 감독직에 오른 그는 1962년부터 약 2년간 병역 의무를 위해 팀을 비운 것을 제외하면 줄곧 오제르의 벤치를 지켰다. 60년대 초반만 해도 아마추어 지역리그에 머물던 오제르는 70년대 중반 2부리그로 올라섰고, 80년대 1부리그까지 진입할 수 있었다. 에릭 칸토나, 로랑 블랑, 엔조 시포, 필립 멕세 등이 모두 그의 지도를 받았던 선수들이다.

장수 감독은 독일에도 있다. SC 프라이부르크를 1991년부터 2007년까지 이끈 폴커 핀케 감독이다. 프라이부르크는 이 사이 3번의 강등과 승격을 반복했지만 핀케 감독을 신뢰했다. 빈약한 재정으로도 팀을 잘 이끈 핀케에 대한 예우였다.

최근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계약기간 1년이 남아있는 김진욱 감독을 해임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과도 해임을 막진 못했다. 프로축구는 더 심하다. 강등된 대구와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강원은 이미 시즌 중 당성증, 김학범 감독과 각각 결별했다. 물론 감독 교체는 구단 프런트의 고유 권한이다. 국내에서는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이 1995년부터 현재까지 19년째 감독직을 수행하며 최장수 감독으로 자리하고 있다. V리그 7번의 우승 기록이 없었다면 이어질 수 없었던 기록이다. 애초에 눈앞의 성적만으로 감독의 역량을 평가하는 현재 분위기에서 2등 감독과 최하위 감독의 차이는 없다. 하나의 팀은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미래를 내다보고 만들어야 한다. 팀을 이끄는 감독에게 이 같은 시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팀의 미래 또한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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