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과천에서 세종시로 떠나는 심경

입력 2013-12-0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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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정책과 사무관

우리부 세종시 이전 일정이 정해지면서 잠시였지만 그간 근무해온 과천은 어떤 곳이었는지 생각해볼 계기가 생겼다. 과천에서 처음 방문한 곳은 아마 서울랜드였었는데, 그땐 거기가 과천인지도 몰랐다. 내 기억에 첫 방문은 중앙공무원교육원에 면접을 보러 간 날이었다. 면접이 끝나고 은행나무길을 걸어 내려오면서 면접 때 내 답변들을 되뇌면서 후회도 하고 홀가분함도 느낄 수 있었다. 과천에서 근무할 수 있을 거라고 그때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렇게 과천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과천에서 2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느낀 것은 참 살기가 좋은 곳이라는 점이다. 서울이랑 가까운 반면 조용하고 붐비지 않고, 높은 건물도 많지 않다.

이런 좋은 곳을 두고 세종시로 가려니 마음이 무겁다. 충청남도 연기군이 세종특별자치시로 그 명칭이 바뀌었으나, 1년 사이에 그다지 큰 변화가 생겼을 것 같지는 않다. 2010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할 때에도 이미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긴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과 세종시가 아니라 어디 무인도에서 근무해야 한다 할지라도 공무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웃으면서 얘기했었는데 현실이 될 줄이야…….

물론 가족과 떨어져서 좀 덜 개발된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점이 약간은 걱정이 되지만, 좋은 점도 있을 것 같다. 세종시는 한반도의 중간쯤에 있어서 주말을 활용해서 우리나라 아름다운 곳을 속속들이 여행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자주 여행을 다닐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생각은 그렇다.)

또, 한 가지 장점은 혼자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다.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한 경험은 있지만, 혼자 살아본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결혼하기 전에 한 번쯤 혼자 살아보는 경험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좋은 점을 더 생각해보고 싶지만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래도 우리부 직원에게 세종시는 기대되는 부분보다는 아직까지는 걱정되는 요소가 더 많은 곳인 듯하다.

과천에 처음 청사가 들어섰을 때, 남태령 그 큰 길이 왕복 2차선이었다고 한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왕복 8차선이다. 도로의 폭이 삶의 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냐만, 그 폭이 늘어난 만큼 과천은 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곳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를 비롯한 그곳에 거주해야 할 사람들이 조금씩 노력한다면 세종시도 과천처럼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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