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녀' 의혹과 관련, 관련 서류의 무단조회 논란이 서초구청에서 청와대 고위층으로 번지고 있다.
청와대는 4일 행정관 조 모씨가 채군 인적사항을 불법으로 열람한 것으로 확인하고 직위해제한다고 밝혔다. 자리에서 물러난 조 행정관은 앞서 안전행정부 공무원 김 모씨 요청으로 서초구청에 열람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청와대 행정관이 불법열람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은 청와대 조모 행정관의 요청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개인정보를 조회했다고 주장해왔다. 조 국장은 3일 서초구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6월 11일 조 행정관이 문자로 (채군의) 주민번호와 이름, 본적을 얘기하며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해서 부하 직원에게 알아보라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채 군의 가족부를 조회해주자 이틀 뒤인 13일 조 행정관 측에서 '고맙다'고 문자가 왔다고 조 국장은 말했다.
그러나 조 행정관은 이와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 국장의 주장을 강력히 부인해왔지만 결국 이날 열람요청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직위해제됐다.
검찰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녀' 의혹과 관련, 서초구청측에 관련 서류 조회를 요청한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조 모(54) 행정관의 휴대전화를 확보, 분석해왔다. 서초구청 조 국장과 청와대 조 행정관 사이의 통화내역과 관련 증거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서초구청 조 국장의 증언 대부분이 사실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서초구청 조 국장이 청와대측으로부터 서류 조회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6월 11일 역시 많은 일이 있었다. 당시 검찰은 '국정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키로 결정한 날이었다.
당시 검찰 수사팀과 법무부는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적용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결국 수사팀 의견대로 선거법을 적용하기로 결론냈다.
때문에 수사팀 편에 섰던 검찰 수장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최고 권력기관들이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자체 경위 파악을 통해 어떤 결론을 낼지도 관심이다.
청와대측이 조 행정관 해임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나섰지만 관련 의혹은 점차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관련 행정관의 직속상관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박 대통령의 최측근 보좌진"이라며 "행정관의 개인정보 유출 수사는 정권의 도덕성과 국민적 신뢰에 매우 중요한 분기점, 정보의 귀착지가 어디인지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