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감자 재배의 미래를 심다 …신품종 종자생산

입력 2013-12-04 18:42 수정 2013-12-0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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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17

감자는 ‘영양번식’의 대표 작물이다. 씨가 아니라 감자 자체를 되 심어야 다시 감자를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매년 감자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년도에 생산된 감자의 10분의 1정도를 항상 씨감자로 저장해야한다. 본인이 재배한 것에서 종자용을 취종한다고 해서 이를 ‘자가채종(自家採種)’이라고 한다.

한해 감자 농사는 씨감자가 좌우한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서 씨감자는 최대한 건강한 것을 사용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감자를 씨감자로 사용한다고 해도 자가채종에 의한 수확량 감소를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따로 종자용으로 생산된 씨감자를 사용하는 게 품질이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2012년 하반기부터 정부는 민간 농산업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정부보급종 씨감자의 공급 및 판매를 민간으로 이양했다. 지자체도 민간에 포함되어 현재는 각 지역 지자체나 농협 등에서 일정 자격요건만 갖추면 씨감자를 자체 생산하여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씨감자의 생산 및 관리기술은 일반 감자와는 달라서 민간 씨감자의 경우 기존 정부 보급종에 비해 바이러스 오염이나 저장 불량으로 품질이 저하될 소지가 있다.

본 현장접목 연구사업은 ‘감자 종서 생산 규모화 및 전문화’ 단지 조성으로 기술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의 고도화 및 표준화를 이루기 위해 진행되었다.

▲씨감자 전문 농가 육성으로 감자 산업 경쟁력 확보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센터는 우선 질병 발생이 적은 ‘강원도’를 신품종 우량 씨감자를 생산 및 공급의 전진기지로 삼았다. 질병 발생은 온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한지와 고랭지 조건을 갖춘 강원도가 선정되었다.

씨감자 재배 및 판매를 통한 농가 소득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잘 맞는 품종 선발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씨감자로 생산되는 감자는 현재 약 14종이다.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센터는 10여 종 품종에서 씨감자를 생산하여 품질과 수량을 비교 분석하였다. 그 결과 ‘자영’, ‘홍영’, ‘고운’, ‘조원’이 유망한 품종으로 선정되었다. 이 중에 ‘홍영’과 ‘자영’은 항암, 항염증 기능을 지닌 감자로 재배 희망 농가가 증가하고 있다. ‘고운’은 포테이토칩 전용 감자로 감자칩 제조업체와 계약재배에 유리한 품종이고, ‘조영’ 또한 식자재용으로 인기가 높아 단체급식 납품용으로 적합한 품종이다. 이 4개 품종은 모두 품질 좋은 씨감자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센터는 감자재배에 최적인 강원도 양구 지역에서 20년 이상 경력의 감자 재배농가들과 손잡고 병충해가 없는 우량 씨감자 대량 생산을 위한 첫 걸음을 시작했다.

▲국내 우량종서 자체 생산과 수급 안정화에 도전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센터는 신품종 씨감자 생산 보급을 위해 무병 조직배양묘(조직배양에 의해 태어난 어린묘목, 씨감자의 전단계)를 농가에 보급했다. 연구책임자인 임주성 연구사는 “생장점 배양, 바이러스 검정 과정을 거쳐 육성한 무병 조직배양묘는 오직 저희 연구센터만 공급할 수 있다”라며 보급 무병조직배양묘의 안정성과 중요성을 설명했다.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센터 연구진은 조직배양모 보급과 함께, 품종마다 다른 재배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배양묘 육성기술과 지속적인 무병 조직배양묘 육성이 가능하도록 ‘생장점 배양법’, ‘바이러스 검정기술’, ‘배양실 환경 조성 방법’ 등도 농가에 전수해주었다.

또, 참여농가의 안정적 씨감자 생산을 위해 생육기술별 관리, 바이러스 매개충 방제, 수확 후 관리 기술 등 ‘파종에서 수확까지’ 모든 영역에서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였다.

우량 씨감자를 생산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무조건 수준 높은 기술을 전수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생산 업체나 기관 등의 인력이나 시설 등 조건을 고려해 적합한 기술을 전수하는 게 중요하다.

농가와 연구진이 함께 고민한 결과, ‘조직배양 후 배양묘의 배지경재배’가 적합한 방식이라는 파정을 받았다. ‘조직배양 후 배양묘의 배지경재배’는 초기 투자비용이 수경재배보다 적게 소요되고, 전기의 일시단락에 의한 피해가 거의 없으며, 관수 및 생육관리가 편리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농가는 생산기반 마련, 업체는 원활한 원료 수급

파종 전에 실시하는 ‘씨감자 전(前)처리’는 바이러스 오염 예방, 생육촉진 등을 위해 특히 중요한 과정이다. 씨감자가 잘못되면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파종할 씨감자의 적정한 저장조건(흑색심부병 예방 등) 및 파종 전 씨감자의 전처리(산광최아, 절단, 소독 등)에 대한 기술을 농가에 숙지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신기술을 전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가에서 오랜 관습처럼 굳어진 기존품종의 재배방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더 중요했다. 이 역시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센터의 도움이 필요했다. 임주성 연구사는 “ 선택 품종 ‘자영’이나 ‘고운’ 등은 수확적기보다 늦어지면 생리장해 등으로 인해 상품성이 떨어지게 되는데 농가에서 기존의 ‘수미’ 감자를 기준으로 늦게 수확하는 바람에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해습니다.”

안정된 판로를 확보해주는 것도 본 연구사업의 중요한 과제였다. 그동안 씨감자 판매는 농가에서 생산한 씨감자를 국가나 지자체, 가공업체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가격에 수매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농가 수취가격이 너무 낮아 농가들이 어려움을 겼은 바 있다.

임주성 연구사는 씨감자 생산 작목반과 씨감자 전문판매업체와의 위탁판매 협약 시 ‘판매가격을 공동결정 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농가가 안정적인 판매망을 구축함과 동시 제 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놓았다.

▲재배와 유통 역할 분담으로 생산기간 2년 단축

기존에는 씨감자 생산에서 판매까지, 조직배양 시점을 기준으로 약 5년이 걸렸다. 그러나 본 연구사업을 통해 ‘기술보급, 농가지원, 씨감자생산, 씨감자판매’ 각 기간별 역할에 맞는 ‘고령지농업연구센터-지자체-작목반-전담판매업체’ 클러스터 체계를 구축하므로써 기간을 3년으로 단축시켰다. 생산기간 단축은, 생산비 절감과 농가소득 증대에 직결된다.

이와 같은 신품종 씨감자 생산과 공급 확대는 특정 품종에 집중된 감자시장 구조를 품종과 수요처를 다양화함으로써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감자시장 불안정을 해소하여 씨감자 생산농가만이 아닌 일반 재배농가의 경영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현장접목연구에 참여한 강원도 양구의 농업경영체 신영호 씨는 이번 현장 접목 연구에 대한 성과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양한 신품종 씨감자를 생산할 기회가 주어져 가슴이 벅찹니다. 판매로 이어지려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하지만, 제 값 받고 팔 수 있는 새로운 품종들이 많아서 농가 소득향상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연구의 참여한 농가는 모두 재배규모를 2-3배씩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씨감자 생산의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를 내긴 어렵지만 지금까지 성과만으로도 향후 수익성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씨감자 종자 생산, 국내 우량종서 생산의 대표 사업으로

감자는 최근 기능성 화장품, 기능성 식품으로의 활용가능성이 알려지면서 가공업체들로부터 원료용 감자에 대한 대량 수요가 새롭게 발생하고 있다. 업체들이 계약재배를 통해 대량의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배에 소요되는 씨감자 확보가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잠재적 수요에 대해 ‘안정적 씨감자 생산’으로 선제적 대응을 해나간다면 씨감자 재배는 재배 농민들의 효자 작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와 농가들의 기호에 맞는 기능성, 내병성 등 용도별 맞춤 씨감자 개발도 필요하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맞춤형 씨감자 생산과 지역 특산 상품화에 박차를 가하고, 기능성 감자의 브랜드화 및 체계적인 홍보 전개도 필요하다. 앞으로 해야할 일이 많다.

강원도에서 재배되고 있는 신품종 씨감자는 단순히 지역을 대표하는 효자 작물이 아니다. 앞으로 갈수록 격화되는 세계 종자 전쟁에서 국내 감자 시장을 굳건히 지켜낼 우리 농산물의 중요한 교두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신품종 감자 종자생산에 대해 관심 있으신 농가는 국립식량과학원 임주성 연구사(033-330-1611)에게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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