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작 뮤지컬 속 다양한 빛깔의 주연배우가 눈에 띈다. 차별화된 개성과 실력으로 무장한 두 배우가 같은 작품의 같은 캐릭터에 더블 캐스트돼 관객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조승우와 정성화의‘맨 오브 라만차’, 김준수와 박건형의‘디셈버:끝나지 않은 노래(이하 디셈버)’, 엄기준과 임태경의 뮤지컬 ‘베르테르’가 그 대표적인 예다. 관객은 입맛에 맞는 배우를 골라 만족감을 더하고, 작품은 배우가 펼쳐내는 다양한 스타일로 더욱 풍성해진다. 그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헤드윅’, ‘닥터 지바고’를 통해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구축하며 뮤지컬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잡아온 조승우와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10개월간의 장기공연을 원캐스팅으로 이끌어 올해 한국 뮤지컬 대상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은 뒤 뮤지컬 스타로 약진한 정성화가 한 작품 안에 녹아든다. 소설 ‘돈키호테’를 각색한 ‘맨 오브 라만차’에서 두 사람은 ‘돈키호테’의 저자이자 주인공인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가 돼 극을 이끈다. 제작사 오디뮤지컬컴퍼니의 황보예씨는 “6년 만에 뮤지컬 작품에 복귀한 조승우와 장발장으로 입지를 다지며 원래 뮤지컬 배우였던 것처럼 완벽하게 연기하는 정성화에 대한 팬층이 구분되지만 팬들의 이 두스타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스크린과 연극무대, TV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대중에게서 각광 받아온 장진 감독의 첫 뮤지컬 연출로 눈길을 끄는 ‘디셈버’는 미발표곡을 포함한 김광석의 노래로 엮은 전형적인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디셈버’ 무대에는 아이돌 그룹 JYJ멤버에서 뮤지컬계까지 장악한 최고 흥행스타 김준수와 안정감 있는 연기력으로 든든하게 10여년간 국내 뮤지컬 팬층을 두텁게 한 박건형이 오른다. 김준수는 뮤지컬 ‘천국의눈물’, ‘모차르트’, ‘엘리자벳’으로 한국뮤지컬대상에서 3년 연속 인기스타상을 수상하고, 18회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는 남우주연상을, 2013년 골든티켓어워즈에서는 뮤지컬 남자 배우상을 각각 받았다. 김준수로 인한 흥행 파워도 막강하다. 지난달 진행된 ‘디셈버’ 1차 티켓 오픈에서는 김준수 회차분 중 90%인 4만석이 팔려나가 인기도를 입증했다. 호호호비치의 이나리 팀장은 “노래와 안무에 강한 김준수가 주로 20대 관객에게 어필하는 측면이 강하다면 연기력이 강한 박건형은 기존의 뮤지컬 팬뿐 아니라 연말 모임으로 공연을 보러 오는 30~40대 관객이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베르테르’에서 각기 다른 베르테르를 선보일 엄기준과 임태경도 눈길을 끈다. CJ E&M 공연 담당 지승연씨는“엄기준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베르테르를 연기한 뒤 7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그만큼 엄기준은 그 누구보다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있어, 섬세한 내면 연기로 관중을 압도한다. 반면 클래식 테너에서 출발한 임태경은 노래로 호소한다. 감미로운 목소리의 임태경은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 얼굴을 알려 중장년층 관객에게 인기가 높다”고 언급했다.
실력과 인기를 고루 갖춘 뮤지컬 스타들의 맞대결이 한 작품 안에서 펼쳐지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더불어 관객들은 눈과 귀를 호강하며 연말 분위기를 내기 위해 공연장으로 발길을 분주히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