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판단일 수도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올시즌도 외국인 선수들이 득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BS ESPN의 최천식 해설위원은 “현대캐피탈의 아가메즈는 세계적으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선수이고 기존의 레오는 설명이 필요없다. 대한항공 마이클도 뛰는 것을 보니 엄청난 실력을 갖춘 선수”라고 평했다. SBS ESPN 이상렬 위원 역시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크게 올라 절대 강팀을 꼽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 11월 24일 종료된 1라운드 남녀 MVP는 레오와 조이스(KGC 인삼공사)였다. 현재 진행 중인 2라운드에서도 남자부 득점 1위부터 4위까지가 모두 외국인 선수다. 여자부 역시 비슷하다. 토종센터 양효진(현대건설)이 5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1위 바샤(현대건설)부터 5위 바실레바(흥국생명)까지 상위권에는 모두 외국인 선수다. 해설위원들의 판단이 결코 성급하다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박기원 한국남자배구대표팀 감독 역시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올시즌 각 구단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은 세계정상급”이라고 전제하며 “다만 상대팀에 관계 없이 외국인 선수가 매 경기 고도의 집중력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지난 11월 26일 대한항공과 러시앤캐시와의 경기에서는 기록적 스코어가 나왔다. 3세트에서 56-54라는 점수가 나온 것. 국제배구연맹(FIVB) 주관 경기에서 나온 최고 기록은 1999년 월드리그 브라질 대 캐나다전 3세트에서 나온 44-42였다. 대한항공과 러시앤캐시 간의 3세트 점수는 이를 가뿐히 넘긴 셈이다. 이날 대한항공의 마이클은 3세트에서만 무려 31점을 기록했다. 특히 24-24 듀스가 이뤄진 이후에만 무려 24점을 기록했다. 듀스 이후 이뤄진 38번의 공격 찬스 중 무려 32번을 마이클이 처리했으니 사실상 혼자 경기를 한 셈이다. 대한항공이 3세트를 따내며 세트 스코어 3-0으로 경기를 끝내지 않았다면 마이클은 더 이상 경기를 치를 수 없어 보일 정도였다.
외국인 선수에게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들의 몸값 또한 계속 높아지고 있다. 구단 프런트로 재직했던 한 인사는 “외국인 선수 몸값이 높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하며 “이 같은 사실이 외국에도 잘 알려져 있어 협상 자체가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