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재도약의 가능성을 수확하다 … 유지작물 생산, 가공, 유통

입력 2013-12-06 19:12 수정 2013-12-1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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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21

중국산 때문에 시장이 많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들깨, 참깨, 땅콩 등 유지작물은 여전히 고소득 작물이다. 국내산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유지작물은 농가에게 고소득 작물로 인식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의 현장접목 연구사업은 유지작물의 생산에서 유통까지 전 과정을 발전시키기 위해 추진되었다. 유지작물을 고부가가치 특화품목으로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신품종 보급과 신기술 적용, 가공과 유통단계에서의 혁신 등을 핵심과제로 설정했다. 국립식량과학원의 최종 목적은 이를 통한 농가의 수익증대다.

국립식량과학원 송득영 연구사는 “우수한 품종과 검증된 재배기술로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가공과 유통의 체계화를 통해 소득증대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농가의 고부가가치 특화품목으로 육성시켜라!

본 연구사업은 품질은 담보한 상태에서 수확량을 최대한 높여야 성공할 수 있다. 품질은 다양하고 수입산과 가격 경쟁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품종이 가장 중요하다. 참깨는 ‘유풍’, 들깨는 ‘다유’, 땅콩은 ‘풍산’을 선정했다.

참기름 전용 참깨 품종 ‘유풍’은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은 것이 장점이다. 기름으로 가공했을 때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들깨 품종 ‘다유’는 껍질이 연해 씹힘이 좋고 수확량이 풍성할 뿐 아니라, 쓰러짐에도 강하다. 땅콩 품종 ‘풍산’은 현장에서 이미 우수성을 인정받은 품종으로 다른 품종보다 약간 작지만 조금 더 고소하고 담백하다.

각 유지작물 품종에 맞는 재배기술을 농가에 보급했다. 품질에 맞는 재배 신기술은 생산성과 직결된다. 간작재배 변화에 따라 생산량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도 잊지 않고 현장에 적용했다.

유지작물은 수확 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 원료와 가공제품의 가격이 2배 이상 나는 품목도 있다. 연구진은 작목반 단위로 현장접목을 실시해 가공과 유통체계를 갖추어 부가가치를 높이기로 했다.

▲품종과 재배기술, 각 지역에 따라 맞춤 적용

전남 진도 지역 농가들에게는 참깨 ‘유풍’을 보급했다. 대파와 함께 참깨를 간작 재배했다. 풍미가 뛰어난 유풍은 농가에게 높은 소득을 안겨줄 품종이다. 시범종자의 재식거리는 50~60cm로 조정하고 생육과정과 품질을 측정했다.

전남 신안지역에는 땅콩 ‘풍산’을 보급했다. 재식 간격을 기존의 180cm에서 150cm로 조정하고, 생산에서 가공까지 기자재를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시켰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안땅콩’란 브랜드도 만들어졌다.

강원도 강릉 왕산면 지역에는 들깨 ‘다유’를 보급했다. 기존에 친환경 유지작물 재배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멀칭재배나 유기농자재를 활용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왕산면 농가들에게 재배 기술을 현장접목 하는 과정에서 ‘유통’ 관련 애로사항을 접하고, 수확량을 모두 강릉농협에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다.

▲참깨, 땅콩, 들깨, 제대로 알고 재배하다

정희진(전남 진도) 농가는 2012년 뜻하지 않은 태풍 피해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이듬해 참깨 재배를 작목반 전체로 확대시켜 풍성한 수확을 올렸다. 향후 가공업체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작목반 수확량을 전량 납품할 예정이다. 정희진 씨는 “2013년에는 참깨를 재배한 후 김장용 배추를 심는 등 다양한 간작재배를 시도해 수익증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안땅콩영농조합법인을 이끌고 있는 표영득(전남 신안) 농가는 관행농법에서 벗어나 땅콩 전용 농자재를 구입을 통한 생산성 향상 노력을 펼쳤고, 법인 구성원들과 함께 볶음땅콩 개발에도 적극 나섰다. 신안군에서 생산된 땅콩을 저온저장과 선별, 가공공정을 거쳐 ‘신안땅콩’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표영득 씨는“우수한 품종과 새로운 재배기술 덕분에 생산량과 품질이 좋아져 판매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전했다. 앞으로 참여 농가를 확대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판매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도 추진할 계획이다.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지역 유지작물 작목반은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들깨 신품종 ‘다유’를 무난하게 재배했다.

▲수확량과 품질 모두 업그레이드

우수한 품종과 새로운 재배 기술 활용은 생산량 증대와 품질향상 성과를 낳았고, 새로운 유통체계 구축은 농가의 수익증대를 불러왔다. 현장접목 연구사업이 재배농가의 생산능력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참깨 농가는 신품종 도입으로 이전 품종에 비해 약 1.5배 이상의 높은 수확량을 올렸다. 품질도 향상돼 가공업체와 우선수매 계약을 맺었다. 참깨와 함께 다른 품목을 간작 재배해 품목 다양화와 소득을 증대시키는 부가적인 효과도 얻었다.

땅콩 농가도 신품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기존 품종은 300평에서 150kg 정도 수확했지만, ‘풍산’은 240kg의 수확했다. 농가들은 지금의 수확량에 만족하지 않고 2014년 목표를 300kg까지 높였다.

들깨 농가는 안정적인 생산기반과 판매망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20ha에 이르는 재배지에 ‘다유’를 집중 파종했고, 수확량은 모두 농협에서 수매했다. 들깨를 생산하고 있는 강릉지역 유지작물 재배단지는 농촌자립형 수익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일부 농가는 인터넷으로 전국에 직접 판매하고 있지만, 유지작물 농가들은 대부분 주변 지역에 판매하고 있다. 더 나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 가공제품의 개발과 공급라인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현장 곳곳에서 치열한 노력, 재도약 가능성은 충분하다

유지작물은 수입산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은 가격이 아니라 품질이다. 지속적인 품질 향상이 필요하다.

본 연구사업에 참여한 농가들은 수입산과 차별화해 고급 유지작물을 공급하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참깨 농가들은 품종의 영양소를 분석해 기존 품종보다 우수성을 입증 받을 계획이고, 땅콩 농가들은 재배기술을 표준화해 고품질을 유지하고 노력 중이다. 들깨 농가들은 재배단지를 확대해 뛰어난 품질을 유지하려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유지작물의 생산량과 재배면적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수입산과 가격 차이를 극복하기 힘든 구조인 데다가, 유통마저 체계를 못 갖춘 게 무너진 게 주요 요인이다. 결국 정책적인 지원 하에 유지작물 재배 및 유통 체계를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지작물의 전반적인 성장을 유도하려는 현장접목 연구사업은 그동안 현장에서 안고 있었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현장접목을 통해 보급된 신품종과 재배기술이 안착되어 전국으로 확대된다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유지작물 생산, 가공, 유통 수익모델에 대해 관심 있으신 농가는 국립식량과학원 송득영 연구사(031-290-6813)에게 문의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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