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미디어허브, CJ헬로비전 등 유료 방송사뿐 아니라 KBS와 같은 지상파 방송사까지 가세, N스크린 시장을 둘러싼 콘텐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들은 기존 TV 콘텐츠를 VOD로 전환해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모바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화 콘텐츠를 개발·제작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N스크린이란 다수의 단말기와 네트워크(Network)를 의미한다. 즉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단말기에서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그 중심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발표한 ‘스마트 세대 20대의 미디어 이용 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가 꼽은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매체’는 ‘스마트폰(50.2%)’으로 TV를 앞질렀다.
20대는 스마트폰 보유 비율에서도 93.5%로 타 연령대를 압도했다. DMB 수신이 가능한 스마트폰 보유비율도 80.2%나 기록했다. 20대를 중심으로 방송콘텐츠 이용 행태가 TV에서 스마트폰, PC, IPTV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방송업계가 모바일 전용 콘텐츠 제작이라는 신대륙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올 10월 한국광고주협회는 전체 시청자 중 71%가 TV로, 25%가 스마트폰, 4%가 PC로 방송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이 더 이상 TV의 보완재에 머물지 않고 독자적 성장을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KT미디어허브, 국내 최초 모바일 TV 전용 예능프로그램 선봬 = KT미디어허브는 지난달 21일 예능 프로그램 ‘지상렬의 열개소문’ 서비스를 전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올레tv 모바일에 특화된 서비스로, 국내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모바일 TV 전용으로 제작한 건 KT미디어허브가 최초다. 해외에서는 드라마를 비롯해 예능,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 전용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다.
‘열개소문’은 연예인과 기자가 팀을 이뤄 방송계 뒷얘기를 나누는 토크쇼. 그동안 모바일 전용 미디어 콘텐츠는 대부분 드라마에 집중돼 있었던 만큼 ‘지상렬의 열개소문’ 등장은 모바일 TV 전용 콘텐츠 업계 트렌드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전망이다.
KT미디어허브 박민규 모바일TV사업본부장은 “모바일 TV 전용 프로그램이 기존 TV 프로그램보다 질이 낮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이런 편견을 깨고자 반년 가까이 제작에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TV 콘텐츠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미디어 장르로 프로그램 제작을 시도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올레tv모바일의 모바일 TV 전용 콘텐츠 서비스 ‘필통’에는 ‘지상렬의 열개소문’ 외에도 인기 웹툰에 동영상 효과를 더한 ‘무빙툰’과 1980~2000년대 많은 인기를 얻은 추억 속 드라마를 10분 내외로 짧게 보여주는 ‘추억의 10분 내레이션 드라마’ 등이 선보이고 있다.
◇CJ헬로비전, 1인 미디어 방송 제작 서비스 ‘티빙쇼’로 시장 공략 = 콘텐츠계의 전통적 강자 CJ헬로비전은 ‘티빙’을 중심으로 N스크린 시장 점령에 나섰다.
티빙은 독자적으로 제작한 모바일 TV 전용 프로그램을 속속 내놓고 있다. 티빙은 지난해 방영된 tvN의 ‘슈퍼스타K4’ 본방송에 앞서 슈퍼스타K4 탈락자들을 위한 노래자랑 형식의 ‘슈스케K4 락방’을 제작, N스크린으로 서비스했다.
특히 티빙은 인터넷의 장점을 그대로 적용, 누구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오픈 메이킹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다.
티빙은 지난 7월부터 누구나 생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방송서비스 ‘티빙쇼’ 서비스를 시작해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모바일 기반 서비스인 티빙쇼는 티빙에서 서비스되는 100여 개의 무료 채널과 7만여 VOD클립을 생방송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티빙 관계자는 “누구나 자유롭게 방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다 보니 콘텐츠 수준이 높아졌고 종류 또한 다양해졌다”면서 “앞으로 특정 분야에 대한 콘텐트 제작 능력을 갖춘 준전문가 집단의 방송 참여를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파도 N스크린에 합세 = 콘텐츠 소비가 과거 TV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IPTV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뤄지자 지상파 방송사도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 KBS는 모바일과 웹으로만 이용할 수 있는 방송 콘텐츠를 별도로 제작해 선보일 예정이다. 방송 콘텐츠뿐만 아니라 웹툰, 사진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각종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지상파만이 가질 수 있는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활용, TV를 중점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그대로 모바일로 가져가기 위해서다.
KBS는 모바일용 음악, 영상 콘텐츠를 시작으로 TV에서는 볼 수 없고 모바일과 웹으로만 볼 수 있는 영상, 사진, 웹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방송 관계자는 “N스크린은 기존 TV 콘텐츠를 재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TV와는 완전히 구별되는 새로운 매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방송사들의 N스크린 전용 콘텐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