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이슈 마당발]사람의 목숨 오가는 온라인 세상

입력 2013-12-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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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온라인 상에 다급한 글이 올라왔다. 출산을 마친 산모가 긴급하게 수혈이 필요한 상황에 닥쳤고, 희귀혈액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환자 가족이 이같은 내용의 글을 커뮤니티 이곳저곳에 올렸고, 이를 안타깝게 여겼던 네티즌이 상황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정작 다급한 산모와 가족에게 희망이 되지는 못했다. 그렇게 이곳저곳 커뮤니티를 다급하게 채웠던 '혈액급구' 소식은 끊어지고 말았다.

몇 주 뒤, 이름난 커뮤니티에는 이 일에 대한 후일담이 올라왔다. 게재된 글은 RH- 혈액을 급히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혈을 해 준 두 자매의 사연이었다.

게시글에 따르면 자매는 온라인에서 희귀형 혈액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방에서 빗길을 뚫고 직접 운전해 수도권으로 올라와 나란히 수혈을 마쳤다.

자매는 먼저 “무언가를 바라고 달려와 수혈을 한 게 아니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같은 피를, 그것도 희귀 혈액형을 지닌 사람끼리만 알 수 있는 묘한 동질감이 수혈의 동기가 됐다. 훗날 자신도 어떤 상황에 직면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이들의 수혈을 부추겼다.

자매의 사연은 언뜻 보면 훈훈한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아쉬운 일면을 보여준다. 자매가 글을 올린 취지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다급하게 수혈을 받았던 가족들은 이후 어디에도 “고맙다”는 글을 남기지 않았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중환자실에서 다급하게 피가 모자랐던 상황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온라인에 남긴 글을 읽고 서둘려 몇몇 사람이 병원에 모였지만 결국 환자와 가족은 피만 받고 인사를 마쳤다.

수혈했던 자매가 원했던 것은 수혈 이후의 후담이었다. 그리고 고마움의 글이 온라인에 퍼지길 바랐었다. 그래야 또 다시 피가 필요한 훈훈한 후담을 보기삼아 적극적으로 수혈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희귀혈액형을 지닌 이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서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되 대가를 바라지는 말자’라는 글로 자매 수혈자를 다독이는 글도 올라왔다.

수혈에 나섰던 자매는 이번 일을 바탕으로 또 다른 사례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또 수혈을 할 것”이라고 글을 남겨 그나마 위안이 됐다.

온라인은 이렇게 사람 한 명을 살릴 수도, 거꾸로 사람을 한 명 쓰러지게 만들 수 있다. 환자와 가족은 ‘온라인’덕에 목숨을 건졌지만, 자신들의 행동 탓에 또 다른 누군가는 수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일방적이지 않은, 서로의 의견과 감정을 주고받을 때 온라인의 효과는 몇 배로 커진다. 온라인의 특성은 양방향 소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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