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정기국회, ‘최악의 정치실종’ 오명 남기고 막 내려

입력 2013-12-1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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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에 걸친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지난 10일 여야는 겨우 34건의 법안을 통과시키며 상처뿐인 일정을 마쳐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야는 사상 초유의 입법제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난 9일 법안심사를 하고 10일 단 한번의 본회의에서 결의안 3건을 포함한 총 37건의 안건을 95분만에 날림 처리했다. 결국 정쟁에 몰두하다 주어진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채 끝낸 최악의 국회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양보를 통한 타협점을 제시하기보다 새 정부의 의중만을 살피며 시간을 허비했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불통으로 일관하며 사태를 외면해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역시 정쟁에만 몰두한 채 민생을 챙기지 못했다는 원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9월2일 시작한 정기국회는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한참이어서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박 대통령은 여야 대표와 ‘3자회담’을 통해 국회 정상화를 꾀했지만 민주당이 요구한 국정원 대선개입의 진상 규명, 대통령 사과, 책임자 처벌, 특위 설치 등을 모두 거절하면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우여곡절끝에 9월27일 의사일정에 합의했지만 이어진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 그리고 현안 질의 동안 여야는 줄곧 대치했다.

더구나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뿐 아니라 국군사이버사령부에서 대북 심리전 명목으로 대선개입 활동을 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국가보훈처는 안보 교육을 통해 대선 개입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갈등은 더욱 확산됐다. 특히 국정원 대선개입을 수사중에 검찰이 대규모 트위터를 파악한 시점에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식 논란으로 사퇴하고 수사외압을 주장한 특별수사팀 윤석열 팀장이 수사에서 제외되자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정의당 등 야권과 시민단체는 연계해 ‘특검’을 주장했다.

이후 여야는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 해임 촉구 결의안 처리를 놓고 격돌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황 감사원장 인준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정부와 여야 모두 한치의 양보없는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민주당은 지난달 세 번에 걸쳐 의사일정을 보이콧했다.

여야간 정쟁은 국회 일정의 파행을 불러왔으나, 사상 초유의 ‘준예산’을 편성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퍼지자 여야 지도부는 지난 3일 ‘4자회담’을 통해 새누리당이 국정원개혁특위를 수용하면서 극적으로 합의했다. 결국 34개의 법안을 긴급 처리했지만,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과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성 발언으로 예산소위 등 남은 일정이 언제든지 파행할 수 있는 불씨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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