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응답하라, 한국은행 비트코인 보고서- 이진영 금융부 기자

입력 2013-12-1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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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은행을 보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제목 ‘응답하라 1994’가 떠오른다. 한은은 당초 올 연말 온라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자 한은은 입장을 선회, 현재 보고서 발간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은은 최고 수준의 인재풀과 국내 최대 규모의 조사인력을 보유한 곳이다. 63년간 쌓은 조사 노하우와 분석력도 최고 수준이다. 한은 보고서의 완성도가 국내 여타 연구소의 보고서와 비교해 월등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은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비트코인 보고서 발표를 꺼리고 있다. 기자들이 한은 관계자들에게 비트코인에 대해 물으면 매우 싸늘한 태도를 보이며, 입장 밝히기를 거부한다. 거절 이유를 물어보면 “민감하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한다.

비트코인에 대한 한은의 공식 입장을 겨우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2일 금통위 직후 김중수 총재와의 기자간담회에서였다. 그러나 김 총재의 발언은 “민간화폐로 발전하기 쉽지 않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그는 이어 “중앙은행으로서의 입장을 언제 발표할 것이냐 하는 것은 지금 말하기 곤란하며, 자료를 모아서 분석하고 있지만 보고서 발표는 한은이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 서면 그때 말하겠다”며 한발짝 물러난 모습이다.

한은은 평소에도 민감한 이슈나 정부와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피해왔다. 물론 신중한 것은 좋지만 두려워하는 듯 한 모습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미래화폐로 평가되고 있는 비트코인은 화폐발행권, 지급결제 총괄권, 통화정책 등 중앙은행이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계 유수의 중앙은행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보고서를 발표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 총재는 비트코인 보고서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은에서 보고서가 1년에 약 400건이 나온다”며 자랑스럽게 말한 바 있다. 이 많은 보고서 중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비트코인 보고서 하나쯤 발표하는 것이 어려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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