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앞두고 한-일 자유무역협정(FTA)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다자간 협상을 통해 난국을 타계한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최근까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통상정책은 TPP 가입이다. 전 세계 GDP의 38%를 점유하는 메가 FTA인 TPP를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TPP참여를 위해서는 '관심 표명→참여 선언→기존 참여국의 참여 승인→참여'라는 4단계 절차를 거치며 정부는 현재 관심표명 후 참여 선언을 하기 전 참여국들과 예비 양자협의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현재 TPP 협상에 참여하는 12개국 중 미국과 페루, 칠레,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7개국은 이미 양자 FTA 또는 한-아세안 FTA가 체결돼 있으며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3개국과는 최근 WTO 회의 등을 통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남은 국가는 우리나라와 아무런 무역협정이 없는 일본, 멕시코 두 나라뿐이다. 특히 한-일 FTA 체결의 경우 궁극적으로 TPP 다를 바 없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하지만 한-일 FTA는 2004년 협상을 추진하다가 양국 입장 차가 워낙 커 무위로 끝났다. 국내 자동차, 기계산업 등의 이해관계가 깊게 관여돼 있는 이상 쉽사리 추진하기도 힘들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일 FTA는) 일대일 관계로 추진할 경우 절대 불리하다. 여타 TPP 참여국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며 나름대로 복안을 조만간에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복안은 다자간 협상을 통해 한일간 입장차를 좁혀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TPP와는 별개로 아시아권역에서 또다른 주요협상 대상인 중국과의 다자협상 방안이 유력하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최근 "일본과는 한중일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본 제조업의 시장개방 압력, 협상 가입조건을 면밀히 살펴보고 (우리 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인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중일 3국은 3국간 FTA와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협상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일관성·정합성 유지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RCEP 협상에는 한·중·일 3국과 아세안(ASEAN),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하고 있어 같은 권역의 다자협상국을 추가해 보다 유리한 협상안을 모색하는 방안도 주효하다는 분석이다.
한·중·일 FTA 제4차 협상은 내년 2월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이달말 정부는 11개월만에 열리는 차관급 전략대화에서 양국간 정책을 조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