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십니까' 전국 대학가 강타, 청년 시국선언의 시작될까

입력 2013-12-16 10:55 수정 2013-12-1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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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고려대 학생의 '안녕들 하십니까'의 대자보 반향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탈정치화 움직임을 보이던 대학생들이 정치 사회 등 구조적인 문제에 눈을 돌리면서 시국선언의 움직임으로 꿈틀거리는 모습이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주현우(27) 씨는 지난 10일 오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 한 장을 학내에 게재했다.

주씨는 대자보를 통해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4,213명이 직위해제됐고, 시골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자의 '먹튀'에 저항한 해고 노동자들에게는 수십억원의 벌금이 떨어지는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후 진원지인 고려대 정경관 후문에 이어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 중앙대 한양대 전북대 등 전국 수십 개의 대학에는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철도파업 등 사회 현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강은하 씨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일상적인, 여성에 대한 부당한 비난과 혐오가 난무하는, 대학생이 학문이 아닌 취업에 열중하기를 강요하는 게 오늘날의 한국사회다. 제가 어느 이름으로 불려야 안녕하겠습니까"라며 사회를 비판했다.

중앙대학교 한 학생은 '의혈 중앙 학우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에서 "121만건의 트위터를 이용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에 손을 모은 철도노조원 8000여명의 직위해제, 12년 1월 16일 고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 자살, 13년 12월 6일 고 유한숙 어르신 음독 자살에 이어 13일 권 할머님 자살 기도 등 밀양 송전탑 반대 호소, 13년 12월 13일 정부의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 허용, 즉 의료민영화의 바로 전 단계까지 진행된 사실은 인터넷 뉴스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대한민국에게 “안녕하십니까?” 라고 물어봤을 때 과연 안녕하다고 대답이 나올지 의문점이 듭니다"라며 비판의 목소리에 동참했다.

같은 대학의 또 다른 학생은 "어떻게 안녕할 수 있겠습니"라는 자보에서 "철도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해 파업에 들어간 노동자들을 직위해제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해 기업과 싸우던 노동자들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아무런 응답이 없는 사회, 우리는 이런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라며 현 사회를 비판했다.

그룹 샤이니의 종현은 자신의 트위터 메인 사진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로 바꿔 이들의 목소리에 지지했고 소설가 공지영씨는 트위터에 "한 대학생의 양심과 용기가 이 겨울 이 나라 이 시대를 흔들고 있다"며 청년들을 응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개설된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지는 16일 현재 20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좋아요’에 호응하고 있다.

'안녕들 하십니까'로 시작된 사회비판 행보는 14일 오후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후문에 모인 300여 명의 청년들은 '안녕하십니까'라는 발언자의 인삿말에 "아니요.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답했다. 이들은 같은날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철도민영화 저지, 노동탄압 중단 범국민대회’에도 참여해 비난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이날 '고대생 강훈구'씨는 "(정부가) 창조경제를 위해 철도 노조원 7000여 명을 직위해제 해 일자리 7000개를 창출했다"며 "경제 민주화의 '민'은 백성 '민'이 아닌 민간기업의 '민'으로 경제가 민간기업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동안 대학생들의 정치사회 참여는 '무관심'이나 다름 없었다. 학생회가 각 대학을 대표해 정치적 움직임을 보였으나 이 역시 높은 참여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지난 8월 국정원의 선거개입 규탄 시국선언을 한 서울대 등 10개 대학 총학생회가 '대학생 시국회의'를 결성한 것에 대해 대학가에서는시국선언 찬반 양론이 대립했고, 일부 학교의 총학생회는 특정 정치 성향의 우려로 '중립'을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 6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중 61.5%만이 시국선언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2000년대 들어 대학들의 탈정치화 움직임으로 정치 사회 현안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대학생들은 이번 대자보가 마치 각성의 계기가 된 듯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지난날을 반성하고 사회비판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단체가 아닌 개인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보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문제는 이같은 움직임이 일시적인 움직임에 지나지 않을수도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던 대학생들이 대자보 여파를 일시적인 탈출구로 여겨 이 움직임이 공감의 수준에서 그칠 수도 있다며 지속성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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