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찻잔 속 태풍이냐 핵폭풍이냐…속타는 재계

입력 2013-12-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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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2시 대법원 판결…상여금, 통상임금에 포함 땐 산업 공동화 현상 우려

▲대법원이 18일 오후 2시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될지 판결을 내릴 가운데 재계와 노동계가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5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통상임금 관련 소송의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모습. 연합뉴스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앞두고 재계가 긴장감에 입이 바짝 타고 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 관련 소송의 확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18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대법원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은 내년을 앞둔 재계에 찻잔 속의 태풍으로 머무를지, 엄청난 폭발력의 핵폭풍으로 밀어닥칠지 여부가 가려진다.

◇통상임금에 상여금 포함 시 GM·르노 한국 떠날 판=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노동계는 상여금이 ‘고정성’과 ‘일률성’을 갖는 만큼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상임금은 퇴직금, 연차휴가수당, 야간근무수당 등의 산정 기준이다. 통상임금의 범위가 넓어지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각 기관에 따라 추산은 다르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기업이 첫해 부담해야 할 추가 인건비는 적게는 21조원에서 많게는 3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업으로선 고정비용이 늘어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 들어온 외국계 기업은 통상임금 판결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제너럴모터스(GM), 르노와 같은 제조업 분야 기업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한국에서의 생산비용이 늘어나면 사업 재편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노동계를 대표하는 금속노조가 통상임금과 관련한 줄소송에 나설 경우 GM과 르노가 단계적으로 한국에서 철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제롬 스톨 르노 부회장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 자동차업계의 임금이 비싸다”고 지적하면서 “가장 경쟁력 있는 공장에 생산 물량을 분배할 수밖에 없다”고 중국 생산물량 이전을 강도 높게 시사했다.

앞서 댄 애커슨 GM 회장은 지난 5월 미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고용에 영향 미칠지 주목= 재계에서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는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건비가 늘면 고용 규모가 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자동차업계의 일자리가 연간 2만3436명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보다 9.1% 감소한 수치다.

노동계는 이 같은 관측이 ‘과장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는 근본적으로 한국의 과도한 근무시간 축소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고용이 자연스럽게 늘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재계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다른 노동 현안에 파장을 일으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도미노가 쓰러지듯 통상임금의 범위가 늘어나면 또 다른 현안인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해 노동계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통상임금 관련 판결이 끝나도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현안이 기다리고 있다”며 “이 같은 현안이 확대되면 기업이 감내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통상임금, 박근혜 정부 2년차의 핵심 변수로=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은 박근혜 정부 2년차의 정책 수행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기를 살리려는 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이를 근거로 기업이 투자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는 정부와의 정책 스킨십을 늘리고 있는 기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정부의 기업 사정정국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재계와 노동계의 미묘한 줄타기가 이번 통상임금 판결의 향방에 따라 휘청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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