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열 변호사의 e금융이야기]금융규제에도 필요한 의사소통

입력 2013-12-1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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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ㆍ카이스트 겸직교수

최근 특수관계인 사이의 부당지원이 많은 논란이 돼 왔다. 문제는 ‘현저하게 유리한 조건으로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지원’이라는 용어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이의 판단이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지원 목적, 의도, 관계, 경쟁여건 변화, 시장점유율 추이 변화 등등 추상적인 문구를 사용해 일반인은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 또한 주무 행정부서 역시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한다. 질의를 해도 그 답변은 상당히 추상적이어서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주무부처의 입장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규제 대상자의 시각으로 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새로운 금융상품 등을 만들 것이며, 나아가 사후 법위반으로 판명 날 시 그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다시 말하면 규제 대상자의 시각으로서는 규제내용은 불확실성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명확하게 규정해도 여전히 불명확한 점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비해 규제 대상자에게도 이를 사전에 명확히 할 의사소통 채널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 금융분야에서 일부 시행되고 있는 비조치의견서제도(No-action Letter)를 좀더 활성화해야 한다. 비조치의견서는 사업자가 수행하려는 행위에 대해 질의하면 정책당국이 실무의견을 개진해 이에 따르는 경우 제재조치가 내리지 않도록 권고하는 사전감독제도를 말한다. 미국은 증권거래법 분야에서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금융분야 등 일부에서 이를 도입·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이의 적용 범위 확대나 활성화는 절실한 문제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제도는 규제의 불명확성을 해소해 주고, 나아가 위반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거래법 분야 등에서 ‘부당한 행위’ 또는 ‘경쟁제한적 행위’ 등의 개념이 모호한 부문에서는 이 제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비조치의견서 등을 통해 규제 대상자가 주체적으로 법령해석을 사전에 요청해 법령을 정확하게 이해, 거리낌 없는 경제행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규제 당국 입장에서는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자기 역할을 재인식해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추가한다면 분쟁 시에도 분쟁 당사자들의 자율적 참여를 보장하는 대체분쟁해결제도(ADR)가 활성화돼야 한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분쟁 역시 온라인에서 해결되도록 온라인 분쟁해결절차(ODR)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손해배상도 피해자에게 좀더 실효성 있는 배상이 돼야 한다. 따라서 과징금보다는 악의적 가해자에게는 통상 손해보다도 많은 징벌적 손해배상금이 피해자에게 돌아가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규제 영역에서 패러다임의 변혁은 시급한 과제다. 다시 말하면 규제 대상자가 더는 수동적인 지위에만 머무르지 않고, 좀더 주체적인 역할을 하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규제 등 영역에서 관계자 모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또한 자신의 의사를 원활하게 소통하도록 보장하는 범사회적 인프라 스트럭처의 구축이야말로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의 기틀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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